자작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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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바 2017. 12. 5. 22:59

천인국 잔치

열분~! 제 얼굴 보이세요? 디따 환하죠? 증말 이뿌죠?

‘얼이 드나드는 굴’을 ‘얼굴’이라 하는데,

이렇게 해맑아야 해맑은 얼이 드나들지 않겠슴둥?

아~! 오른편 꽃잎에 점 하나 있는 것 말이에요?

ㅎㅎㅎ 옥에도 티가 있고, 돌에도 흠이 있다는디,

완전무결한 얼굴은 얼굴이 아니죠.

김소산도 입가에 점 찍고,

고소영 한가인 전지현도 코에 점 지우지 않구 있죠.

발견하셨어요? 아항! 발견하셨구나.

이 점 없으면 그냥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시려 했죠?

그면 안 되죠. 남의 얼굴을 정성스럽게 보시는 게 옳은 일이죠.

안 보실랴거든 아예 심지를 마시든가…….

 

 

 

이리 깨끗한 얼굴일 땐 마음도 동심이란 거 아시죠?

그래서 동무가 좋고, 손잡고 있으면 어디 소풍가는 것 같아요.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얼굴이야 쌩얼이 최고 아니예요? 후훗~!

포장공사가 필요하단 건 늙었다는 증거죠~! 호호.

아스팔트도 덧씌우기 시작하면 다림질 하다 거덜난 거와 같죠.

 

 

 

야, 이녀들아! 쌩얼이 무슨 자랑이냐? 니들이 갓난애냐?

꽃 피었으면 사춘기 지난 거 아녀? 니들은 이제 봉오리가 아니잖니?

개코도 자랑할 게 없는 것들이 떠들고 난리여.

애들 기를 키워 주면 할매 끄댕이를 당긴다더니, 꼭 그 말이 맞제!

야이! 화장은 한듯 안한듯 요게 기술이여.

피부의 티는 살짝 감추는 게 예의쥐. 니들은 너무 어려 말해도 모리겠다. 고만 두자.

뭐가 어째? 좀 서툴러 보인다구?

서툰 화장이 싱싱한 화장이여.

화장품이 잘 스며들기 시작하면 노화지수는 사실 높다는 거쥐. 후후후.

솜털 보송보송한 연잎이라야 이슬이 잘 구른다는 거 모두들 아는지 몰라~!

 

 

 

이런 염병~!

꼭지에 피도 안 마른 게 훈화하고 자빠졌네.

이것들아~!(안영미 버전) 난 니들 시절엔 화장품 냄새도 못 맡았어.

화장품이 뭐여, 사분(비누)도 못 써 봤당께!

세상이 변항께 젖비린내 나는 것들도 사랑방에 다 껴들고 난리야~! 어서 꺼져~!

화장을 했으면 한 표시가 나야쥐, 아암~!

화장한 부분은 해서 이뿌고, 안 한 부분은 안해서 이뿐,

그런 모습이 나타나야 하는 겨! 알겠냐 이것들아~!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라고 읊은 미당의 심미안을 니들이 알겄냐?

 

 

 

고(睾)도 모르는 것들이 탱자 탱자 하고 지랄이여~!

야 이것들아! 누가 화장품이 아깝지 않아서 덕지덕지 바르는 줄 아냐?

발라도 발라도 생기가 돌지 않아 보이니까 많이 바르는 거여.

니들 땐 세상이 기냥 가만히 있는 것 같지?

40대는 40km, 50대는 50km로 간다는 거 아냐?

주름살 금방이여! 이것들아. 40대와 50대는 천지 차이여!

한 살이래두 젊을 때 관리 잘 혀라이~!

쭈그러지고 나면 벌침을 놔도 안되야부러~! 보톡스가 당키나 하께씀둥?

어젠 화장 않구 출근혔더니, 자상허신 세 살 연하 부장님이 근심스레 물어보더라.

“루여사! 워디 아푸쇼? 많이 힘들면 조퇴하구 집에 가서 쉬쇼, 제가 다 처리할 테니까.”

이러면서 말이다. 내참 기가 맥혀서리…….

애들 다 키워놓구, 이제사 맘에 드는 직장 잡아, 자아실현 쫌 해볼라카이,

근무 시간만큼 화장 시간 확보해야 젊은 것들 틈에 끼여 살아갈 수가 있겠더라.

이기 인생 아이겐나?

더 늙으면 못하니깐 지금 그 나이에서 해보고저픈 거 다해 봐라.

 

 

 

애고, 서럽다 서러워.

내 나이 돼 봐라 이뇨들아!

많이 바른 데나 덜 바른 데나 그저 그렇고 그런 거여.

그리고 이처럼 아래로 마구 처지는 거여.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지만 육십도 안 되어 이게 머다냐?

영감이랑 어디 먼 델 가도, 울 영감 날 안 쳐다보고 따른 델 보고 다닌당께로!

니들 같은 것들이 맨살 다 내놓고 다니니 말이다, 웬쑤들아!

드러내 놓고 다니면 누가 상 주냐?

할매들 맘 아푸게 한 죄로, 저승 가서 염왕한티 곤장 맞을껴~!

적금 들고 열씨미 부어 만기 되면 그 돈 찾아 여행 갈라 하제?

야들아 일찌그이 포기 무거래이.

대부 받아 여행 다니고, 살아가민서리 갚아나가거라. 그거이 훨 낫다.

도가니(슬관절) 나가고 나면 만사가 휴의라.

손주들 시집 장가 갈 때 예식장 1층에 잡으라고 말할 때마다 눈치 보인다 말이다.

 

아고, 샘 나오시니껴? 어서 일어서서 인사 드려! 이것들아!

 

 

 

그래도 니는 아즉 개얀타마는…….

내 화류계에 몸담은 지 일 갑자가 다 되어 간다마는,

프랑스제고 일제고 다 소용없더라마는…….

향수를 뿌린들 언넘이 콧구녁 벌름거리겠냐?

곤지를 찍은들 한물 간 복숭아꼴 면하게 되겠냐?

작년에 영감도 떠나고 낭께, 옆집 개도 날보고 막 짖는다 카이~!

고 마한누무 강새이가 지 쌈 갈라준 이 할매를 몰라보고,

꼬부라져 키 줄어들고 나니, 지보다 서열이 아래로 보이는 가부라!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이라 언넘이 캤노?

인생 도처 유 ‘주름’이라 해야 맞잖겠냐?

머리칼이래야 비녀는커녕 핀도 하나 못 이길따!

두보의 시 ‘춘망(春望)’이 절로 나오는구나.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흰머리 긁으니 자꾸 짧아져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이제는 아무리 애써도 비녀조차 못꽂겠네.

혼(渾)~아무리, 모두, 전부, 아주 : 이렇게 해석됩니다. 왜요님!^^

 

허나 내 모습 다시 보거래이!

비록 주검꽃이 시커멓게 번져 나가긴 하지만

콧날 둘레에 지혜의 별들이 아홉이나 솟아나고 있는 거 보이제?

열 개면 차고 넘쳐서 오히려 못한 기라. 무술도 9단이 끝이여, 알제?

니들처럼 젊을 때는 이게 아홉 갠지 열 갠지 모리고 살았단다.

다 그런 기라. 젊은 게 현명하기까지 하면 시상 노인들 우예 살겐노?

 

 

이러자 저 앞의 젊은 것들이 합창하여 하는 말

‘구미호 출현이다 얼릉 숨어라이~!’ 구미호가 치매 오면 더 무섭단다~!‘

 

출처 : 바람재들꽃
글쓴이 : 더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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