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얘기

[스크랩] 우스개 막사발

더바 2006. 12. 15. 08:52

우리의 생활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시기의 어느 날이었다.
점잖은 길손이 마을을 지나다가 목이 말라 한 농가에 들러 물을 한 바가지 청하였다.
나이 지긋한 주인이 마당의 우물에서 길어 온 시원한 물을 받아 마신 길손은 고마움을 표시하고 가던 길을 가려든 참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마당 한쪽에서 개가 밥을 먹고 있는데 그 개밥그릇이 몹시 맘에 드는 것이었다.
길손의 눈에는 한눈에 명품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그 개밥그릇을 사자니 체면이 아니고, 또 주인이 가격을 비싸게 부를 것 같고 해서 궁리 끝에 개를 사기로 하였다.
“이보시오 주인, 저 개가 아주 탐스럽고 좋으니 나한테 팔면 어떻겠소?”
이렇게 흥정을 한 후, 좀 비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가격을 치르고 그 개를 끌고 사립짝 바깥으로 나가면서 점잖게 주인에게 한마디하였다.
“여보! 주인, 내가 개를 샀으니 이제 저 개밥그릇은 필요 없을 터이니 개와 함께 가져가게 해 주시오?“
하니, 주인이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내가 그 개밥그릇 때문에 판 개가 몇 마리나 되는지 알고 하시는 소리
입니까?”
======================================================================================

 

<1931년 일본의 도자기 박사 '야나기 무네요시'의 말>

 

그것은 조선의 밥공기이다.  극히 평범한 것이다.

흙은 뒷산에서 캐온 것이다. 유약은 화로에서 가져온 재이다. 물레는 중심이 헐렁한 것이다.

모양에 손이 많이 가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많이 만들어지는 물건이다.

가마는 보잘것없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불을 땠다.

그릇에 모래가 달라붙어 있어도 그것에 구애되지 않았고 마음쓰지도 않았다.

헐값이다.

누구도 그것에 꿈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것이 천하 명기 대명물의 정체이다. 왜 이 평이한 다완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인가?

그것은 실로 평이함 자체에서 생겨나는 필연의 결과이다.

출처 : 장작가마사발
글쓴이 : 서촌 원글보기
메모 : 막사발 우스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