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중앙박물관을 다녀와서...
때는 바야흐로 조팝나무 흐드러지게 된통으로 핀 날,
4월 18일(토욜) 오후 1시 경에 박물관을 갔습니다.
5월 말에 애들 데리고 수학여행을 가는데,
여길 둘째날 코스로 잡아 놓았습니다.
3년마다 있는 참 어려운 행사이기에 그냥 훑고 나오게 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 관람을 돕기 위한 중등교사 사전연수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연수 내용이 참 보람 있었습니다.
가을에 또 한다 하니 샘들 많이 신청하셔서 다녀 오세요.
학교에다 출장조치를 해달라고 하세요.
혹여나 하는 기대를 갖고 잠시 둘레둘레 해봤으나,
짠물댁은 나타나실 기미가 전혀 엄써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여러 번 갔었지만, 갈 때마다 눈에 드는 유물이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유물들에게 말을 시켜 보았습니다.
역시 천 년을 입 닫고 서 있던 분들이어서 할 말이 많더군요.
<화살촉들의 탄식>
더바야, 니가 보기에 내 모습이 어떠하노?
첫째 방에 있다보니 찾는 눔은 많지만은,
돌멩이 종일 쪼개 깎고 갈아 다듬어서,
낭구 막대 끝에다가 붙잡아 매니이라고,
지들 조상 고생스럼 뉘 생각코 누가 알 리.
새끼들 먹일 것을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
밤낮 뛰고 치달으며 가시밭 건너뛰며,
나랑 함께 달리다가 내만 이리 남았고나.
<반구대 암각화의 당부>
바위 베껴 종이에 새긴 내 누군지 니 알겐나?
내 본시 울산 밑에 반구대에 있었더니,
조상들 애먹었다 그 의미 전하려고,
국립 중앙 박물관에 떡 하니 걸었니라.
너거 조상 날 새길 제 도구나 있었겐나?
파는 거나 파이는 거나 다 돌미이 아니겐나?
고래 새끼 많이 나야 잡을 것도 많제 라며
남녀노소 구별없이 석달 열흘 새겼단다.
뭔 일 하든 조상 닮아 쉬지 말고 긏지 말라,
수적천석(水滴穿石) 그 교훈을 잠시도 잊지 말라.
<합면(蛤面)의 일갈(一喝)>
톰 행크스 그누마는 나를 본떠 윌리 맹글어,
무인도 모래박시 돌미 우에 올려 놓고,
갈구다가 삐졌다가 지 혼자 뒹굴더니,
날 버리고 울며 불며 벨 지랄 다하고도,
갤국은 날 못잊어 품고 또 껴안더라.
내 이리 우스꽝케 입 벌리고 쳐다 봉께,
얼핏 보고 또 돌아 봐도 몽크의 절규 같제?
1893 몽크가 겨우겨우 그렸을 때,
만 년 뒤 내 후손 백범(白凡)이 공부하다
나라 구할 활동이란 오로지 동학이다,
큰 뜻 품고 입교하여 접주가 되었니라.
내 정신 물려 받아 이 나라 지켰으니.
알맹 없는 눈동자라 무시하고 지나칠래?
<귀면와(鬼面瓦)께서도 교훈 말씀>
아모리 흉측해도 내 얼골 잊어 무글래?
내가 이리 몬 생겨도 니들 새끼 지키잖냐?
애물단지 니 새끼들 막 자묵는 돌림병을
자손 대대 막아 왔던 처용 얼굴 기억 나냐?
처마 끝에 매달린 채 천 년이나 지나건만
씨래 빠진 언 넘이라 떡을 주냐 밥을 주냐?
싸가지 없는 니들한테 첨부터 포기무따,
박물관에 모셨거든 깨지나 말고 보관해래이.
<십이지신상, 반가사유상, 고대 비파 들의 안타까운 탄식>
십이지신 원숭이를 보초로 세워 놓고
비파 소리 벗삼아서 이리 오래 생각혀도
풀리잖는 의문이여 니들 정치 꼬라지라.
니들 요즘 똑똑타며 다 아는 듯 날뛰지만,
반가사유(半跏思惟) 천 년 만에 관절염 심해졌다,
턱 고인 팔 저리며 심사숙고 또 해봤다.
이눔들아 뭐 잘 났다 대화도 피하느냐?
그 조동이 그 귀꾸멍 가죽 모자라 뚫어놨냐?
참말 하고 서로 듣고 양보하란 그 뜻 아녀?
먹고 남거든 남 퍼주고 콩하나도 노놔 무라.
조상 대대로 가르쳐도 아직도 모르겠냐?
우리도 세상 떠날 때 빈 손으로 왔단 말다!
<추사 글씨, 경천사지10층석탑, 척화비의 소원>
양이 침범 비전즉화 화친은 곧 매국이라.
글씨도 또렷하다 안진경(顔眞卿)체 그대로제?
허나 다시 뜻을 새겨 남북한 노선 볼 제,
똥고집도 필 데 펴야 써물데가 있는 게지,
서로서로 따돌리기 누가 낫노 뵈지 않네.
천 년 전의 통일왕조 이제 와서 베리 놀래?
걱정 되어 끝자리서 어둡게 서 있노라.
경천사지 10층 석탑 난 왜 이리 높다란고?
뜻을 펼 땐 이리 장히 높게 펴야 한단 말시!
갈며긔도 높이 떠야 멀리 본단 말을 아냐?
니들 보기 션찮아도 내셔널트레져 86호여.
숭례 형아 나을 때꺼정 맏이 노릇 해야 하는,
원각사지 십층석탑 나를 본떠 맹글었다.
우리 둘이 하도 닮아 더바눔이 헷갈려서
지멋대로 소개하여 꽃님들께 죄를 졌다.
박물관에 오거들랑 다가와서 쳐다 봐라.
니들한티 꿈 주고자 기다린 지 육백년을.
문장 경작 생령복(文章敬作生靈福) 추사(秋史) 뭐라 속삭이냐?
문장을 지을 때는 공경하는 마음 둬야
신령스런 복이 절로 굴러온단 말씀이제.
더바는 족자 앞에 할 말 잃고 섰었다요.
여태꺼정 해 온 말이 다 허사라 이 말 아이가?
(꽃님들께선 제 글이 워렇게 보이세유?)
누가 아래 그림처럼 호박씨 까지 말라고 막 머러카는 것 같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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