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 전설 Series~2
제4보 실수를 주고받으며
사신은 흑47을 보자 얼굴이 해쓱(핼쓱;사투리가 더 낫죠?^^)하게 질려버렸다. 속으로 욕이 절로 나왔다. ‘이런 고얀 스키가 있다 해? 어른 앞에서 엇다 대고 발딱 세우고 난리부르스 해? 짜식이 파옥초(破屋草;pòwūcǎo, 부추, 정구지;먹으면 힘이 좋아 집을 부술 정도의 풀)를 울매나 쳐먹었음둥? 하지만 내가 늙었다고 니눔헌티 질소냐 해!’
노인은 노인다워야 하는 법이다. 공자께서도 그랬다. 군군신신민민(菌菌腎腎燘燘 ; 버섯은 버섯다워야 하고, 거시기는 거시기다워야 하고, 뜨거운 건 뜨거워야 한다.)이라고. 그런데 이 노인네가 고만 젊은이 흉내를 내고 말았으니 백48이 바로 그 꼴이다. 니가 세우면 나도 세운다는 꼴 아닌가? 경빈은 자신도 몰래 입 밖으로 웃음이 쿡 나왔다. ‘남자들이란~! 쯧쯧, 늙으나 젊으나 다 그렇고 그런 부류들이다. 남이 세우면 질세라 자기도 무조건 세우고 본다더니…….’
제3보를 다시 가보시라. 이 국면에는 급하고 큰 데로써 남아 있는 곳이 두 군데이다. 좌상 방면과 하변이다. 따라서 백48로는 흑67자리에 놓아 케네디가 쿠바를 봉쇄하듯 흑을 둘러싸 놓고,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이라고 포도송이 오궁도화 흑 다섯 점을 크게 공격할 기회였다. 하지만 지금은 흑49가 너무나도 요충이어서 백이 67에 둔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백이 48로 중앙을 뛰지 않고 <참고도-16>처럼 흑의 발전을 막았더라면, 비록 흑이 49, 51, 53으로 두터이 둔다 하더라도 백이 훨씬 더 유망했으리라. 그리고 흑이 49로 한 칸 덜 가서 67자리에 두면, 이번에는 백이 날일자(G-5)로 갈라쳐 흑이 불리해지리라. 한편 흑은 49를 <참고도-17>처럼 좌하귀를 둘 수도 있었지만 이 역시 백이 67 자리로 봉쇄를 결행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자초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본보로 돌아가 보건대, 이로써 중앙 흑 다섯 점은 가벼워졌고, 경빈이 보아도 흑이 우쒸해졌다. 내기로 걸어놓은 말 2천 필이 거의 면제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의국에 대한 경빈의 마음은 벌써 크게 기울어져 버렸다. 급소를 알고 적시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이런 남자에게 어더렇게 빠지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이 젊은이와 거 무슨 야한 일을 벌이자는 마음은 아니다. 흔히 남자들이란 남녀가 서로 좋아한다면 굳이 끝까지 가야 하는 거라고 알고 있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기냥 그 사람과 같은 공간에 숨만 쉬고 있어도 행복해지는 게 여자다. 분위기만 잡히면 튱분한 것이다. 그래도 50대 여자들은 좀 다른가 보다. 얼마 전에 군부인(郡夫人;왕자의 부인은 정일품, 종친의 부인은 종일품)들과 담소를 하다가 ‘남푠과 밤새 한 이불을 덮고 자도 초인종도 한번 눌러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귓속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한심한 남자들이다. 첩들에게는 그키나 열을 올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암벽을 오르는 사람이 이제 거의 다 올랐다고 안심하는 순간 자일[Zeil]을 놓쳐 굴러 떨어지는 수가 많다고 하듯이 의국에게서도 실수가 나왔다. 흑51은 선수로 두어 놓으면 이득이라고 슬쩍 둔 수인데, 백54에 흑55로 치받은 것이 악수로 여겨진다. 백56으로 뻗은 수가 멋진 착점이며 나중에 귀쪽에서 막는 수(좌하귀 2의2)가 선수가 될 공산이 커졌다. 흑의 생사가 걸리므로 말이다.
백60까지의 결과를 보건대 백58의 수로 인해 흑 3점의 공배가 하나 메꾸어져 있으니 이게 큰일이라고 경빈은 생각하였다. <참고도-20>를 먼저 보면 확실해진다.
흑65를 20도처럼 막는 것은 이하 백76까지 좌상귀 흑이 골로 간다. 그러나 만약 백58이 없다면, 백76을 둔 다음 흑이 18과 23의 사이 제2선에 두어 백 74, 16, 32 석 점을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배를 메우면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이런 데 있는 것이다. 독자 제현들께서도 어찌하여 백 석 점이 떨어지는지 놓아 보시기 바란다. 공배 메움은 이리 위험한 짓이다.
이러하기 때문에 흑55, 57, 59 등을 보류해 두어도 백이 59자리에 두어 흑 한 점을 잡을 시기가 아니므로, 본보와 같이 결정짓지 않는 편이 옳은 것이다. 이 때문에 백62, 64, 66으로 실리를 탈취 당하게 되었다. 경빈은 안타까웠다. 역시 젊은이들은 불쑥 내지르고 솟아오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55로 쑥 내밀어 큰 손해를 자초한 것이다. 남자는 세 가지 끝을 조심해야 한다는 조상 전래의 속담을 못 들었는가 보다.
<참고도-18>처럼 백이 50에 끊는 것은 흑51(56의 자리)로 되끊게 되면 백52로 단수하여야 하는데, 백54, 흑55, 백56으로 잇기까지 조임을 견딜 수 없게 되고, 흑은 65로 2선을 건너가게 되어 백은 단숨에 망하고 만다.
본보 4보처럼 흑은 61로 두 칸을 벌리지 말고, <참고도-19>처럼 화점 아래로 바짝 다가가서 백이 62처럼 막지 않을 수 없을 때 63으로 협공하여 백 64를 두게 하고, 65로 달리는 것이 빈틈없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순이란 놓기 전에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경빈도 건과가게 고수들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것이었다. 사전에 이런 것이 다 보인다면 신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본보 백66은 흑67을 부르게 되었으니 흑49의 아래 3선으로 한 번 더 기는 것보다 가벼운 행마였다. 흑67까지 좌반부의 착점은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곳은 우하귀 뿐이다. 백은 어떤 착점으로 나올까? 생각에 잠겨 있는데, 뜬금없이 사신은 다시 봉수를 선언하고 종사관을 데리고 숙소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경빈은 ‘비벼머글!’이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이노무 인간은 어려울 적마다 봉수를 선언하고 들어가 버리니, 욕이 절로 나온다. 경빈도 참을 수 없어 육의전 건과가게로 가마를 타고 나갔다. 고수들의 분석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아기다리고기다리, 제5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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