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와 스카프를 한 할매]
제가 먼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나무꾼님께 멋부린 노인 사진을 연재해 달라 주문을 해놓고, 4장이란 사진이 올라오기까지 감상을 올리지 못했으니까요. 나무꾼님 죄송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4자성어로 ‘백수과로’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치 바쁘다는 핑계를 일단 아룁니다. 좌우지간 용서하소서.
일단 이 멋쟁이 할머니의 외모부터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머리칼은 희머리가 상당히 보이나 잘 빗어 넘기셨습니다. 안경테는 평범해 보이나 안경다리를 자세히 보니 용수철처럼 감겨 있는 느낌이 나는 밴드가 둘러져 있습니다. 가로 무늬가 아닌 살짝 빗겨 감기는 무늬입니다. 이런 테를 고르신 할머니는 분명 멋에 대한 센스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나무꾼님이 이 할머니 사진 제목에 [지팡이와 스카프를 한 할매]라고 하셨듯이 지팡이 손잡이도 상당히 멋을 부린 조각품입니다. 사진으로 봐서 어떤 물고기 모양이 새겨진 것 같은데, 뒤쪽으로 입을 딱 벌리는 그런 물고기 모양입니다. 그냥 ‘T’자 모양으로 생긴 지팡이 머리가 아니죠.
스카프를 보시죠. 목에 둘러진 부분은 가느스름한 줄무늬가 겨우 보일 정도의 흰색 바탕인데, 연두색 넓은 띠가 보입니다. 턱 아래 돌려 묶은 매듭에도 이 줄무늬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래로 늘어진 부분은 하늘색 바탕에 살구색 무늬가 살짝 드러나고 있습니다. 야단스럽지 않은 스카프지만 세련된 느낌의 무늬가 있는 스카프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스카프는 고르는 안목이 중요한데, 이 정도 스카프를 고르셨다면 할머니의 안목 또한 대단한 수준입니다. 흰 자켓과 잘 어울리는 색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패션 소도구들이 이제 자기 자신과 얼마나 매치되느냐에 따라 멋쟁이인지 그렇지 못한지가 판가름 나는 겁니다. 뜰꽃님들께오선 어떤 느낌이 나시는지요?
귀는 나이가 들어도 성장이 멈추지 않고 자꾸 자란다고 의사선생님들이 그러시더군요. 그러면 이러한 귀 크기를 가지신 할머니는 분명 80세를 훌쩍 넘기신 그런 할머니입니다. 뺨에 핀 검버섯도 그런 연륜을 충분히 짐작하게 해 줍니다. 이런 연세의 할머니께서 만약 꽃보라 자켓에 연분홍 스카프를 하고 다닌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어울리지 않는 촌티가 줄줄 흐를 것입니다. 착요하신 안경이나 매부리코나 꼭 다문 입술이나 꼭 눌러 잡은 지팡이 머리를 보나 견문과 학식이 상당하신 그런 노인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노인은 그 차림새가 날라리 같아 보이면 망가지는 겁니다. 우아함은 세련됨에서 오는 수가 많은데, 이 노인은 충분히 세련된 모습을 하고 계신 까닭에 우아해 보입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한 소식 얻은 그런 자세와 표정이죠.
‘화를 내고 있는 처칠 사진’ 아시죠? 사진작가 카쉬는 처칠 사진을 찍다가 빨뿌리가 자꾸 거슬려 골초 처칠이 종일 물고 있는 빨부리를 빼앗아 버렸다고 합니다. 그 순간 처칠의 화난 표정에서 그의 고집스런 성격과 우직한 생애가 드러난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 할머니도 비록 노인이지만 인텔리로서의 차분하고 격조 있는 삶을 살아오신 분이 틀림없을진대,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난 순간을 정말 눈이 시리도록 꼭꼭 눌러 담아내신 나무꾼님도 과연 대단하신 작가시라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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