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감상

[스크랩] Re:아무도 감상을 안 쓰시다뉘... ㅠㅠ

더바 2010. 6. 24. 21:23

 

 

머리칼이 하얗게 세신 할머니께서 등에 잡화를 짊어지시고,

보자기로 싼 큰 상자를 왼손으로 들고 길을 가십니다.

오른손으로 짚고 계신 지팡이는 마디가 울퉁불퉁한 것으로 보아

명아주 지팡이처럼 보이나, 전체적인 모습이 명아주 지팡이는 아닌 듯.

 

실제로 늘 이 정도의 무게를 감당하고 계시는 분인지라,

그렇게 힘들어 하는 표정도 없습니다.

무게에 익숙해진 표정이어서 보는 사람도 크게 힘들진 않습니다.

늘상 지고 다니던 짐은 몸의 일부가 되어 버리므로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가장 편한 복장도 갖추셨습니다.

신발도 이런 짐 지고 다니시기에 꼭 알맞은 신발입니다.

그러나 장꾼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습니다.

장꾼이라면 팔기 위하여 가지고 다니는 짐이 아주 크고,

종류도 거의 한 가지로 일정한데, 할머니의 짐은 소규모입니다.

하지만 등짐 속에 같은 모양의 병 주둥이가 보이는 걸로 보아

소규모 보따리장수 같기도 합니다.

보자기로 싼 각진 상자의 내용물을 보면 확실해 지겠지만…….

 

이런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할머니는 그럼 과연 누구실까요?

저는 그 해답을 지팡이 짚은 오른손에서 찾아봅니다.

체구에 비해서 오른손이 아주 크십니다.

지팡이 잡은 주먹이 남정네보다 더 큽니다.

일을 아주 많이 하신 손이죠.

 

그리고 이 작품에서 압권(壓卷)은 바로 이 주먹입니다.

청년들도 한 대 맞으면 뒤로 벌렁 나가떨어질 것만 같은 대단한 주먹.

땅을 내려쳐도 지진이 날 것 같은 주먹입니다.

웬지 믿음직하지 않으세요?

이런 주먹으로 1920년대 이후의 우리나라를 꾸려 오신 겁니다.

 

허나 아직도 할 일이 끝나신 게 아니죠.

자신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수고를 하시지는 않을 듯합니다.

딸린 가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먹여 살려야 할…….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 이겨나가시리라 믿습니다.

이 주먹을 믿기 때문입니다. 꽃님들께서도 믿으시죠?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더바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