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감상

[스크랩] Re:일치로(一齒老) 안노인을 뵙고

더바 2010. 6. 24. 21:14

청()상(相)의 할머니

관상 중에 최고의 관상이 청상입니다.

인간의 덕(德) 중에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덕이 최고의 덕이죠.

덕은 저급하게 말하면 지혜(知慧)요, 수준 높게 말하면 인격(人格)이고,

사람을 등급 지을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인 품격(品格)이기도 합니다.

돈이나 지위나 체구가 아무리 많고 높고 크더라도

‘훌륭하다’란 말을 듣는 일과는 무관함을 꽃님들께오선 잘 아시겠지요?

 

또한 들을 청(聽), 이 글자는 글자 중에서도 최고의 글자이죠.

왼편을 보십시오. 귀를 왕으로 삼는답니다.

오른편을 보십시오. 열 개의 눈으로 본답니다.

아래는 뭘 말하는지 꽃님들께서도 보이시죠?

마음은 하나로 족합니다. 일심(一心)이란 말은 조폭들도 좋아합니다.

마음이 두 개라도 벌써 옳은 대접 받기는 글렀습니다. 이중인격자죠, 뭐.

마음이 세 개, 네 개, …… 열 개라면 대접받겠습니까?

인간이 바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걸 철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글자.

그게 바로 들을 청(聽)자이죠.

감히 바랄 수 있다면, 무루헌 주인님께 이 글자 한번 써줍시사 졸라서

우리 바람재들꽃 첫화면 대문간에 한동안 걸어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쳐다보고만 있어도 사람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글자이지요.

 

덕(德)이란 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왼편 두인변은 다닐행의 뜻입니다.

길 다닐 때(세상 살아가며), 열 개의 눈으로 보고 한 개의 마음으로 다녀라.

즉 받아들이기를 잘 하고, 변하지 않는 마음 가져야, 군자로 대접받는단 뜻이죠.

 

할머니 관상 이야기 하려다가 글자 이바구만 하고 자빠졌네요.

이게 또한 저의 한계. 이키나 지껄여 대니, 복이 머물 여가가 없지요.^^

이제 할머니 얼굴로 들어가 보입시더.

 

 

이마의 주름. 이마가 나타내는 것은 그 사람의 초년입니다.

눈썹까지가 초년운을 나타낸다고 하죠.

여기에 주름이 많다는 것은 초년에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되죠.

초년의 고생은 부모가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젊어 고생은 돈을 주고라도 산다는 말이 있는데,

이걸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기막히게 옳은 말인데 말입니다.

또한 그 주름은 부모를 위하여 일하다가 생긴 것일 수도 있겠죠.

옛날 어른들은 부모님보다 일 더하는 걸 당연한 것으로 알았습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부모보다 일 더하면 금방 죽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옛날 어른들은 심지어 결혼도 부모님이 원하면 자기는 싫더라도 했습니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면 무슨 일이든 자식은 당연히 따라야 하는 걸로 알았지요.

그래서 생긴 주름일진대, 어떻게 값어치 없겠습니까?

요즘엔 부모가 원하는 결혼을 하라 하면 “엄마가 시집가나?” 이럽니다.

 

그리고 늙으면 눈썹이 거의 다 빠지고 희미해집니다. 또 희미해져야 합니다.

허영만의 만화 [꼴]에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연예인들 거의 눈썹이 아름답다구요.

눈썹은 그 사람의 예술스런 기질을 드러내죠.

그러한 기가 충만하단 뜻도 됩니다.

그리고 젊은이가 눈썹 없으면 한센병으로 오인받기도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눈썹도 일 많이 한 노인들은 희미해집니다.

노인이 눈썹 짙으면 평생 놀고 먹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상(賤相)이죠.

 

눈가에 주름이 특히 많으십니다.

자주 웃었다는 뜻입니다.

남을 위해 자주 웃어야 내 주름이 이리 곱게 생깁니다.

귀상 중의 귀상이죠.

 

눈부터 코까지는 중년을 말합니다.

중년에도 이 할머니 잠시 놀지 않았습니다.

“죽으면 어차피 썩을 몸! 아끼면 뭐하냐?”

이렇게까지 생각 안 하셨을 수도 있으나,^^

모든 일에 진력(盡力)하신 모습입니다.

나비$호수님처럼 시집살이 고되게 하셨을 겁니다.(참 가치 있는 일이죠.)

군대생활 수월하게 하면 이야기할 거리가 없는 법입니다.

자식이 아프면 병간호하느라 먹지도 자지도 않으셨을 겁니다.

남편이 출타하여 귀가가 늦어도 대문간에 목 빼어들고 담 넘어다보며,

발뒤꿈치 들고 서 계시느라, 종아리에 알이 배고 힘드셨을 겁니다.

그리고 종일토록 논밭일하고, 밤에는 길쌈을 하셨겠죠.

휘어진 등과 굵은 손가락마디와 때 낀 손톱 등이 다 귀상(貴相)입니다.

 

코 아래는 노년을 나타냅니다.

아무리 효자 효녀 효부 효서라도 부모님 속을 썩이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식 걱정에 눈물 마를 날이 없었겠죠.

어림반푼어치라도^^ 자식이 더 편하게 산다면 뼈가 부서져도 좋다고...

노심초사(勞心焦思) 즉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새까맣게 타도록 생각했습니다.

좋은 해결 방안 없을까 하고...

그런 마음이 바로 이런 주름으로 드러난 것이죠.

 

주름 한 고랑 한 고랑마다 평생토록 기(氣)를 실어 날라

부족한 곳을 채워 주시려던 마음,

평평하게 해 주시려던 할머니의 안간힘이 드러나 있습니다.

냇물 강물 전 생애에 걸쳐 흘렀습니다.

이 어른의 주름으로 우리 사는 세상이 이리 평화롭게 변한 겁니다.

불편부당한 걸 모두 다 평평하게 고르셨으니 말입니다.

 

이 정도의 주름이라면 훈장 중의 대훈장이죠.

그 삶의 훈장들을 적나라하게 진솔하게 흐리지 않게 한편 빛나게

한 고랑도 놓치지 않고 작품으로 담아오신 나무꾼님,

당신이 진정 작가십니다.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더바걷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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