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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비비안엄님 글 차운하여, 제가 80년에 발표했던 거 한편 선물합니다.

더바 2017. 3. 24. 06:14

해마다 이맘때면

 

숲의

저 가득찬 숲의

어우러진 나뭇뿌리 사이로

뾰지르르톡톡 뾰지르르톡톡

솟아오르는 연두빛 불꽃은

, 지귀(志鬼)

너의 두 눈에서 쏟아지던 사랑

그 사랑의 움이 남아선 겐가

 

서라벌 온 누리의 빛이던 모란

선덕(善德)을 태우고도 아직 남아서

이렇게 비온 뒤 새벽이면

히히힝 히히힝 푸르륵

고이 이어지는 말울음과 함께

간간히 몸부림쳐 보는

남은 떨림이 있어선 겐가

 

팔찌

그래 금팔찌

세월에 녹슬지 않고

바람에도 흩어지지 않는

자꾸만 다시 비추어주는 달빛

그 달빛과 함께

해마다 이맘때면 이리 혀를 내밀어 보는 겐가

 

그래도 넌 행복했지야

역리도 여왕을 사랑할 수 있었던 옛날

그래 그 옛날에 살았으니까

허지만 이젠 이 숲은 그만 태워 줘

아직은 덜 찬 숲의 식목철인 걸

출처 : 바람재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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