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南冥)을 찾아가서
........................................................... 더 바 <1980년 발표>
그때 그 오솔길로 걸어갔을 때 길 양쪽을 덮은 덩굴은 두 길이나 넘었고 왠지 노랗고도 구수한 냄새가 풀 속에서 났었다
가고 싶은 산이 꿈에 보였다
또렷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산은 거기 있었고
나는 한참이나 거길 걸어가고 있었다
잠이 깼을 때
누가 둑을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높이 막아 흐르지 않게 하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벼슬은 않았지만 상소문은 올렸던 남명을
누구는 잊어야 하고 누구는 배워야 한다
옛날에는 이렇게 높은 둑을 쌓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것 모두 허물어지듯
이 둑도 언젠가는 허물어질 것이고
산은 산, 물은 물 그냥 남을 것이다
신분이 달라도 한양길은 다같이 멀고
목소리가 달라도 단소 구멍 막는 법은 한가지였다
(남명; 조식(曺植) 선생은 저의 직계 선조는 아닙니다만, 같은 성씨이고 따지면 16대조부 이십니다.)
출처 : 바람재들꽃
글쓴이 : 더바 원글보기
메모 :
'자작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Re:비비안엄님 글 차운하여, 제가 80년에 발표했던 거 한편 선물합니다. (0) | 2017.03.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