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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다녀 오신 노고에 치하드리며... [인간이 만든 것 다 허물어질 것이옵니다. 방심하오소서.]

더바 2017. 3. 24. 05:48

남명(南冥)을 찾아가서

  ........................................................... 더 바 <1980년 발표>

 

그때 그 오솔길로 걸어갔을 때 길 양쪽을 덮은 덩굴은 두 길이나 넘었고 왠지 노랗고도 구수한 냄새가 풀 속에서 났었다

 

가고 싶은 산이 꿈에 보였다

또렷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산은 거기 있었고

나는 한참이나 거길 걸어가고 있었다

 

잠이 깼을 때

누가 둑을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높이 막아 흐르지 않게 하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벼슬은 않았지만 상소문은 올렸던 남명을

누구는 잊어야 하고 누구는 배워야 한다

 

옛날에는 이렇게 높은 둑을 쌓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것 모두 허물어지듯

이 둑도 언젠가는 허물어질 것이고

산은 산, 물은 물 그냥 남을 것이다

 

신분이 달라도 한양길은 다같이 멀고

목소리가 달라도 단소 구멍 막는 법은 한가지였다

(남명; 조식(曺植) 선생은 저의 직계 선조는 아닙니다만, 같은 성씨이고 따지면 16대조부 이십니다.)

출처 : 바람재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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