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키마 총 동원령
그래서 오늘처럼 이렇게 여자 셋이 길을 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
소심형, 소극적 성격, 대범하지 못함, 실패를 두려워함 등의 덕목을 골고루 갖추었기에
카사노바의 기질을 물려받지 못한 나와 같은 인간형들은 웬떡이냐며 좋아하기 마련이다.
여자 셋이 모여 있는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가 간사할 간(姦)자 아닌가?
이미 셋 사이는 간사한 기(氣)가 흐르고 있는 것이니,
그 사이를 갈라놓는 일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고 이야기 들은 바 있다.
그리고 그 세 사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일도 통시에서 개 부르기 격이란다.
그러나 이도 나에게는 요원한 일, 작업의 천재 희창이가 해준 말이다.
그러나 내게는 찰고무 같은 끈질김과 물총새 같은 세밀한 관찰력이 있다.
이 두 가지 무기만으로도 선천성 방어력을 가진 여성들을
충분히 대적하고 제압할 수 있다고 친구 녀석은 누누이 강조했었다.
게다가 내가 정독한 그 많은 서적들.
읽은 책 80%는 남녀간의 애정 문제가 등장했었다.
여성들도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이고, 희로애락을 느끼는 휴먼 아닌가?
떨리는 심정을 이런 억지 자신감으로 애써 눌렀다.
마부님처럼 피아노 소리 넘치는 골목길을 여우에게 홀린 듯 지나다니면서도
끝까지 담도 못 넘어다보고, 말도 못 붙여본 바보짓을 해서야 되겠는가?
한편, 세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평범한 스타일들이었다.
여자 셋이 걸어갈 경우 보통 키가 가장 큰 사람이 가운데 선다.
가장 작은 사람이 가운데 서서 걸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사람은 대개 키가 큰 편이 소심하고 겁이 많다.
늘 작은 사람들과 내려다보며 말하고 생활하게 되므로 가슴이 오그라들고
어깨가 밑으로 처져, 이런 자세는 절로 소심한 심리를 자아내게 되는 것이다.
생활이 자세를 만들고 자세가 마음가짐을 만들고 마음가짐이 성격을 만드는 법.
그리고 성격이 바로 운명 아니던가?
반대로 작은 사람의 경우,
남에게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 가슴을 펴고 어깨에 힘을 주어 밀어 올린다.
당당한 모습 보여주려고 애를 쓰며 생활하게 된다.
이런 자세는 심정에도 영향을 미쳐 당당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목소리도 좀 과장하게 되므로 시끄럽기 마련이다.
작은 사람들의 성공 사례가 많은 까닭이 바로 이러한 원리이다.
과감하게 행동하고,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태도가
망설이며 주저하고, 일 시작하기도 전에 걱정부터 하는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월등히 높은 것은 당연한 일.
남자들이야 남친이나 여친을 사귀는 기본 성향이 다다익선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자들의 경우 대부분, ‘절친한 친구는 오직 한 사람!’이라는 공식을 가진다.
다섯 사람이 함께 떠들고 놀면서도 ‘이 중 한 사람과 나는 특별한 관계!’라는
생각을 하면서 든든한 빽이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여섯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친한 사이끼리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계속 감시하면서 나를 떠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는 다른 친구가 내 친한 친구에게 접근하려 하면,
비록 같은 여자끼리라 하더라도 강한 질투심을 느끼게 되고,
심하면 자기들끼리의 칼부림도 피하지 않게 되는 이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나쁜 건 인류 문화 속성상 필연의 결과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외아들일 경우, 변통수가 전혀 없는 극적 상황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여자 둘이 걸어갈 경우 한 사람을 나가리 시키고,
다른 한 여자를 꼬여 낚아챈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셋일 경우 그 중 두 사람을 더욱 가깝게 만들기만 하면,
남은 한 사람은 허전해서 자동적으로 다른 데로 기울어지게 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쉽고 편한 일이냐고 희창이란 놈이 자주 지껄였다.
둘이 다닐 경우, 왼편에서 주로 걷는 아가씨가 의존심이 더 강한 법이다.
자기가 주로 사용하는 활동적인 오른 손으로 친구 왼팔을 팔짱 끼고 있는 경우,
큰 일이 벌어졌을 때, 친구 뒤로 숨고 싶은 사람이다.
이는 셋이 함께 걸어갈 경우도 마찬가지로 가운데의 키 큰 사람이 가장 의존형이고,
그 다음에는 맨 왼편에서 걷는 사람이 오른편 사람보다 더 의존형이다.
의존형은 자기의 오른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를 즐긴다고 보아야 한다.
아, 물론 왼손잡이의 경우는 그 반대라는 걸 이미 간파하신 분은 똑똑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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