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원(報怨)의 길
제4편 금낭일계(錦囊一計)~선어일도(鮮魚一刀)
다시 바둑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바구 관전객들은 바로 저 아래 참고도들 밑으로 가세요.======
학발노인이 실리를 챙기려고 35를 두었고,
원심상좌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38로 바로 가는 것이 아무래도 켕겨, 36으로 먼저 흑의 태도를 살폈다.
흑은 심정적으로 37 자리를 받기가 싫다.
다음 수가 하변에 떨어질 것은 너무나 뻔한 일.
화점 근처를 가야 한다.
하지만 37자리에 백이 들어오는 순간
좌변의 세력은 너무 허무하게 깨져 버리니,
눈물을 머금고 37을 받아둔다.
다음 싸움을 위하여 한번 웅크려 둔 것이다.
하변은 등신이 두어도 38로 둘 것이다.
화점은 절대로 아니다. 하변 양귀가 다 3선까지 돌이 내려와 있잖은가?
이때 학발노인은 또 한 번 실리를 밝힌다.
그 수가 바로 39였으니, 느긋하면서도 백을 약 올리는 수였다.
원심이 둔 40은 바보수다. 바로 42로 갔어야 했다.
이 해설자 늘 말하지만, 43처럼 사두(蛇頭)를 쏙 내밀고 보니,
아래 위 백세력이 지리멸렬이다.
이건 세력이 아니라 참혹한 잔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바둑을 두면서 43과 같은 수를 당하느니 차라리 던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원심은 천신만고 끝에 44 자리를 차지하였다.
만약 41자리에 백돌이 있는 상태에서 44가 놓여졌다면
더 두어볼 필요도 없이 백이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사두가 빼꼼히 내려다 보고 있는 상태에서의
44 한 칸 뜀은 왠지 초라해 보인다.
촉이 없는 화살로 쏘는 격이다.
노련한 노인은 45로 붙여 맛을 만들어 놓는다.
이때 <참고도1>처럼 바깥으로 눌러 막는 것이 옳아 보인다.
그러나 좌하귀 아래가 터져 있어 47로 비껴들어오면 실리가 말씀이 아니다.
밑 터진 자루 주둥이를 묶는 격 아닌가?
47로 20집을 공짜로 내 주고도 45쪽에는 맛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참고도1>
흑을 공격하려면 아래 <참고도2>의 50 52 정도인데,
이하 55까지 백이 좋아 보인다. 흑은 미생이다.
<참고도2>
그러나 흑은 이렇게 받지 않을 것이다.
아래 <참고도3>처럼 52, 53으로 받을 것이다.
흑은 살아 있고, 백은 외세가 좋아 보이나,
왼편 아래가 열려 있는 데다가,
위쪽으로도 39가 와 있으니 백세력이 빛이 나지 않는다.
<참고도3>
또 백이 아래 그림 <참고도4>의 56처럼 이어도
59처럼 꼬부려 살아 버리면 백은 가죽장사 아닌가?
이때도 39는 정말 명당에 있는 셈이다.
<참고도4>
================이야기 관전객들은 여기서부터 읽으시면 되옵니다.======
다시 실전보로 돌아가서 흑 57이 놓이자
백은 실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변 58을 안 놓을 수 없다.
이래 놓고 보니,
백은 실리도 시원찮고, 세력도 깨져버려 비세가 확실하다.
원심은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몰라 망설이다가
아무리 생각하여도 뾰족한 수가 안 보이자
금강산에서 방장스님에게 받아온 첫째 금낭을 열어보기로 하였다.
백이 놓을 차례에 소변을 보러 나가야 하니 기회는 지금이다.
왜냐하면 58이 놓인 상황에서 바보벅수밥통머저리멍청이가 놓더라도
우변을 보강할 게 뻔하다. 그러면 나는 어디를 놓아야 한단 말인가?
소변 마려운 체 밖으로 나왔다.
이때 관전자들은 아무도 나오면 안 된다.
이게 내기 바둑의 법이다.
관전자들도 마찬가지로, 한 사람씩만 볼일을 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첫째 금낭을 열자 조그만 창호지 한 장이 나왔는데,
꽁치처럼 생긴 기다란 생선 한 마리가 그려져 있고,
그 생선 가운데 배 부분에 칼끝이 찌르고 있는 그림이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선어일도](鮮魚一刀;신선한 생선일 떼 칼로 배를 갈라야 한다.)
방으로 들어와 판을 바라보았으나 원심은 기가 막혔다.
뭐가 생선이고, 뭐가 칼이란 말인가?
원심은 그 뜻을 몰라 안절부절하다가 흑이 61로 보강한 우변을 보았다.
(아직 61이 어디인가는 여기레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음흉한 노인은 백이 급공한 10의 수에 대하여 50수 뒤에 응수를 한 것입니다.)
그 우변 흑이 바로 생선임을 알게 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이 기다란 흑돌들의 급소는 어딜까?
하도 기다랗고 엉성하다 보니,
다 약해 보이지만 특별히 약한 데도 안 보인다.
나무꾼님이 칼자루를 잡으시고 어디 한번 이 생선을 찔러보소~!^^
=================아기다리고기다리===================
'바둑얘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보원의 길-제6편 금낭3계 내기인대 (0) | 2014.08.03 |
---|---|
[스크랩] 보원의 길-제5편 금낭2계 환족우타 (0) | 2014.08.03 |
[스크랩] 보원(報怨)의 길-제1편 와신상담 (0) | 2013.10.22 |
[스크랩] 보원의 길-2편 완급대결 (0) | 2013.10.22 |
[스크랩] 보원의 길-제3편 악수연발 (0) | 2013.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