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밭에 묻힌 도라지~불쌍ㅠㅠ
끝물의 가지, 그래도 올해 에법 따먹었어요. 단 두 그루였는데도요...
야콘입니다. 열 그루인데,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도라지 밭인데, 도라지는 이제 보이지도 않습니다. 도라지에게 죄송 세제곱.
밭 가장자리로는 풀이 제 키만하고, 참깨 베어 낸 자리는 빤해 보이지만 사실 작은 잡초 투성이죠.^^
2009농년도(農年度) 더바네(‘네’ 붙임이 유행인 듯하야) 농사 1차 수확 보고서
연초에 농사를 열심히 지어 보려고 결심을 굳히고
비닐하우스 1동을 짓고, 밭 가장자리 울타리도 세운 것을
사진으로 꽃님들께 보고 드린 바 있습니다.
그 두 가지 설치하는데, 1,100,000(일백일십만)원 들었습니다.
하도 3년 동안 가물기에 올해는 참깨 농사 컨셉으로 방향을 기획했습니다.
망(이랑)은 길이 20m, 골 수 10개로 비닐을 덮어 씌웠는데,
100평에 조곰 못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이도 또한 들꽃님들께 사진으로 보고 드린 바 있습니다.
학교에서 우리 이주사님께 지도편달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박카스병에 참깨 씨를 넣고 뚜껑 닫은 뒤 못으로 구녁을 두 개 뚫어
한번 뒤집을 때마다 참깨가 서너 알씩 나오도록 만든 최첨단 파종기도 얻어 왔습니다.
편도 200리 75(국도이용 경우)~93(고속국도 이용 경우)km를 졸음 참자고 내 뺨 내 때리며 출퇴근하면서
짬짬이 시간을 내고 밤중에도 일을 하고 하여 무사히 파종을 마쳤습니다.
재배하는 기간 매주 1~2회 가량 참깨 그루 사이에 나는 잡초 뽑느라 오른 손 호미 쥐고 찍어 파고
왼손 엄지와 검지로 잡아당겨 뽑니이라고 제 왼손 검지 둘째 마디는 관절염이 생겼습니다.
지난 이야깁니다만, 이 텃밭을 일구고 내리 3년 간, 얼마나 가물던지 3km 떨어진 우리 집에서 수돗물 퍼다 주느라고,
제차 2002년식 코란도밴290S가 더위 먹기를 여러 차례에다가,
물 실어 나르는 데 넘 벅찼는지, 이눔 신발이 다 해지던군요. 추석빔으로 갈아줄까 하다가
아무리 이눔이 무식한 무생물이지만 신발이 해지면 관절도 나가는 법이라 이웃이 캐싸서
삼강은 생략하고 오륜 중 4륜을 교체하는 데 도합 440,000만 원 들었습니다. 그게 7월 말경이네요.
뒤에 높이 매단 1륜은 벌써 지름이 말라서 끼워봤자 곧 짜개진다 하니,
차 등어리에 매달린 이놈은 발톱이야 성하지만 기냥 폼으로만 달고 다니고 있습니다.
팔자는 이눔 팔자가 개얀습니다. 일도 않고 호시는 지 혼자 다 타죠.
중국인들이 4자를 싫어한다더니 올해 4년차 농사를 짓게 되었는데,
재작년에 울 마눌 콩밭 매다가 손목 인대 다 상했고,
작년 울 장모님 꼬치 옥수꾸 고구미 땅코이 농사지으시느라 틀니가 나갔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저 혼자 하겠다고 연초에 선언한 후 텃밭에는 아무도 못 오게 했죠.
식구 누구도 구경하러 못 오게 했습니다. (8개월짜리 손녀만 델꼬 가서 보여 주었음^^)
제가 아무리 60 노인이라지만 혼자 하더라도 보라는 듯이 농사에 성공하여,
어릴 때 아버지를 도와 대파 농사지으며 불로동 장날마다 리어카 끌고 가서,
한 리어카에 400원씩 돈을 사서 추석빔이고 돔백이(상어괴기)고 마련하던 이 솜씨.
퍼세식 토일레또 퍼다 온 겨우내 거름하며 잔뼈 굵고, 온 여름내 냇물 퍼다 가뭄 이겨낸 덕택에
키가 더 이상 크지 않아 170에서 2mm가 빠지는 짜리몽땅의 연유를 자식들에게 밝히고자
간 크게(전 팔다리만 가늘고 몸통은 굵습니다.) 혼자 농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간이 달리 큰 게 아니구요, 지름이 끼서 그렇답니다.
다른 것 땜에 진찰 갔다가 억울하게도 지방간이라고 진단받고 나니,
지방 섭취를 줄일 수밖에 없어 요즘 많이 곱창이 허전합니다.
근데 어인 지랄로 3년 간 안 오던 비님이 우찌 그리 올 해 많이 퍼부어 주시든지,
3년의 경험 끝에 물빠짐 또랑을 팔 필요 없음이 명백하단 결론에 이르렀었는데,
참말로 물조리개는 하늘표가 최고였죠. 한 시간에 70mm는 예사,
하루만에 울매나 퍼붓던지 깻묵통(키만한 고무다라이;깻묵 넣어 썩히던 중) 넘쳤습니다.
가물어야 잘 된다는 참깨 뿌리가 물속에 석달열흘 잠겨 있었으니,
반은 시듦병으로 죽고, 반은 흰가루병으로 덮여
밭에 갈 때마다 심장 상한 건 그 얼마겠습니까? 누가 무농약 좋아한다 캔노??? 골빙들어 주께따.
이러다가 병이 될라, 술 퍼 풀고 테니스 공 때려 달래고…….
바람재 사랑방 드나드는 재미 없었다면 우울증 와서 옥상에서 나렸을지도 모릅니다.
8월 말에 아랫도리부터 참깨 알이 절로 빠져나가게 되니, 건지나 못 건지나 베긴 베야지요.
베서 묶어 세우고 말리다가 비오면 비니루 씌워야 하겠지만,
멀리 출퇴근 하는 놈이 그 비니루 바람 불어 날라가면 어떻게 다시 씌웁니까?
요런 때 써물라고 비닐하우스 지었던 거라, 거기다 베어 놓자니 또 다른 문제 생겼지요.
깨 말라 땅바닥에 떨어지면 어찌 쓸어 담겠슴까?
비니루 멍석(1장 크기의 넓이=9자*12자) 30,000원 주고 3장 사다 깔았슴다.
이러니 묶어 세울 필요가 없더라구요. 이눔들이 그냥 누운 채로 말라갔죠.
이동 발령 놓친 후에 관자놀이만 씨근벌떡거리다가 아차 싶어 밭에 가보니
비닐하우스 안에 깨알 반에 개미새끼 반이었습니다.
며칠 전 마눌이 이동백화점 할배한테 사온 사방 비치는 랜턴 들고 가서
밤 8시부텀 9시꺼정 사정없이 두들겨 패서 털어 보니 3되였습니다.
(참고로 학교 텃밭 물빠짐 잘 되는 데는 저와 같은 면적에 한 말 났습니다.)
턴 깨를 집으로 가져오진 못하고, 이튿날 출근하여 이주사님 앞에서 종일 꿍얼거렸더니,
얼마나 불쌍해 보였는지 학교 텃밭에서 턴 참깨 두 되를 적선하시데요.
그래서 퇴근길에 밭에다 싣고 가서 제꺼랑 섞었습니다.
제 깨 서 되보다 이 깨 두 되가 무게는 더 많이 나가네요.
제 깨는 순 쭉제이라는 이바구가 되는 것이죠.
이파리도 덜 가려진 것을 집에다 가져다 놓고
디(고단해) 죽겐네 라며 퍼질러 잤디이마는
아침에 일나 보니 새벽에 벌써 장모님이 치이질(키질)을 해서
알곡만 거두어 놓으셨습니다. 뽀얗게시리…….
제가 가져 왔을 때 달아보니 6.1kg 였는데, 알곡 달아보니 5.6kg 였슴다.
이파리 마른 거 하고 쭉제이 합하여 0.5kg 나 된다는 말씀이죠.
마눌을 쇡이는 넘은 천당엘 못 간다는 소릴 들은 적 있어,
마눌에게는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장모님께는 속였습니다.
모두 저의 농사 솜씨라구요. 장모님이 감탄에 감탄. 5되나 나다뉘~!^^
이렇게 반 되를 부풀려 말씀을 해주시네요. ^^
(참고로 참깨는 1되가 1.2kg 나갑니다. 5되면 6kg가 나가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1되에 대체로 2만 원 합니다.)
이따위로 농살 지어놓고, 남들이 깨 낸 자리에 무시나 배차(배추)를 하면 좋다고 해싸서
또 이주사님께 졸라 무 씨 반 봉지를 얻어다 놓았습니다.
잡초 뽑는데 엉기가 나서 이주사님께 예초기 빌려다가 지난 월욜 8월 31일 해저물녘에
1시간 반을 풀 베어 냈는데, 예초 초보가 하는 일, 다 그렇죠 뭐.
능률은 안 오르고, 휘발유만 다 닳고, 팔뚝이 너무 아파 시동 절로 꺼지기를 기다렸죠.
집에 와서 샤워 하는데, 팔뚝이 저려 손이 모간지까지 올라가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씨를 넣을 여가가 있어야죠.
그래서 방금 밭에 가서 좀 정리하고 오는 길입니다.(조 위의 단락까지 낮에 쓰다가 밭에서 와가지고 다시 잇습니다.)
사진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깨 베 낸 자리만 빤한데, 그것도 잡초 좍 깔렸죠.
그래도 아직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사진에 보시다시피 야콘입니다.
한 포기 1,000원인데, 10포기 사면 8,000원에 준다고 해서(제 귀는 종잇장처럼 얇습니다.)
두 골에 나누어 심었는데, 아직 이파리가 싱싱합니다.
고구마 캘 때 캐면 된다 캐서 아직 놔두고 있습니다. 요놈마저 실패하면 밭에 불 지릅니다.
아무리 텃밭이지만 주인에게 성의를 보여야 하고 그게 안 되면 타의에 의해서라도 분신해야잖겠습니까?
왜 사진이 안 보이냐구요? 크... 집엔 카메라에서 컴으로 사진 다운받는 잭이 없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다 이렇죠 뭐. 오늘 가져 온다고 염두에 두었는데,
출발할 때 고만 까먹고 말았습니다.
곷님들께서 제 텃밭 몰골을 보시려면 월욜이나 되어야 하므로
이 글로 우선 허기나 채우시죠?
내년에 이 농사를 안 지으려면 밭을 팔든지,
밭 옆 흙장사 하는 분께 흙이나 쌓아 장사하라고 무료로 내 주든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잡초에서 떨어진 씨앗들을 감당할 수 있겠죠.
교사 생활 하면서 아주 참하게 600평 농사짓는 제자가 제 밭에 와 보더니
기가 막혔겠지만 말하는 품이 그래도 역시 가르친 보람이 있더군요.
“선생님! 태평농법이 참 멋집니다. 선생님까지 알찬 수확 다 거두면 농산물 가격이 너무 폭락하여 농민들이 오히려 큰 화를 입습니다. 아주 잘 하셨습니다.”
요렇게 말해 주고 웃으며 가더이다.
참말 우리나라 복 받은 땅이죠.
아무거나 심는 대로 다 거둘 수 있고,
잡초는 씨 안 뿌려도 이키나 잘 되니, 아랍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 보곤,
“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리아, 한국 땅 너무 좋습리우다. 우리네 땅은 콩 심어도 안 나고, 팥 심어도 안 난다리아. 속담이 누천년 그 민족의 지혜가 농축된 정수라 하더리니, 참말이다리아. 기름 나는 우리 땅 부러워 마시라리아.” 이랬답니다.
믿거나 말거나………. 가갈갈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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