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 전설
4. 정문일침(頂門一鍼)
박소저는 에법 머리를 굴려보았다.
여기서는 그냥 한번 더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백도 따라 나가겠지.
아니다. 81 한점을 단수치겠지. 그러면 흑은 어딜 막나?
잇게 되면 하변 화점 왼편에 약점이 남아서 안 된다.
그렇다. (I-17)로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백은 어디로 갈까?
학발 노인은 장고에 들어갔다.
잡으려던 흑을 놓치고 나니 아무리 봐도 실리가 켕긴다.
박소저는 이제 학발노인이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아까 음흉스런 말로 자신을 비아냥거렸지만,
수세에 몰리고 있는 노인에게 이상스레 마음이 쏠리는 것이다.
노인이 장고에 빠지자 박소저도 졸음이 몰려왔지만 애써 참는다.
졸린다고 조는 건 노인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졸고 있을 동안 음흉한 눈길이 얼마나 자주 자기 몸을 쓸고 갈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굳이 참는다.
우상귀 33에 들어가기만 하면 비록 후수라고 하더라도 5집 이상으로 살 것이다.
사는 동안 흑의 외세가 강력해지지만, 우선 파는 수밖에 없다.
드디어 학발노인은 33으로 침투하고 116까지 살았다.
실리에 균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고비다.
박소저는 속으로 후유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가 깜짝 놀란다.
내가 지금 누굴 응원하고 있는 건가?
이젠 주지스님의 차례.
스님도 장고에 들어갔다.
두터워진 세력을 바탕으로 집을 만들려고 하다간 죽도 밥도 안 되는 법.
세력은 공격에 써먹어야 한다.
공격의 포인트는 어딜까?
이런 생각이 박소저의 머리를 감돌았다.
무슨 수를 내서 이 세력을 살려야 하는데…….
속으로 관음보살을 외고 외고 수백번…….
이때 마침 어디서 날라 들었는지
파리가 한 마리 벌어진 문틈으로 들어와
바둑판 옆에 밀어놓은 네모진 차탁(茶卓) 가운데에 앉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노인이 마시다 만 찻잔 옆에 떨어진 물방울을 핥고 있다.
박소저는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용기를 냈다.
"스님! 이 깨끗한 절에 웬 파리이옵니까?"
주지스님은 흠칫 놀라더니,
"아니 그게 무슨 말이시오? 파리가 어떻다구요?"
"스님, 저 차탁을 보시옵소서. 노인의 찻잔 곁 물방울에 붙은 파리가 보이지 않사옵니까?"
118의 수;<I-3>, 134의 수;<F-4>
주지스님의 아이큐는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넘 참! 묘한 곳에 머물러 있네? 소저께서 좀 내쫓아 주시우! 허허..."
이렇게 말한 주지스님은 박소저가 파리를 밖으로 내쫓을 동안
다시 판을 보다가 소저가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좌변 117의 급소에 한 점을 슬며시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단순히 흑세력을 집으로 만들기 위한 수라기보다,
엉성하게 뛰고 덮어씌운 18번, 32번, 40번 백돌의 허약함을 응징하는 좋은 수였다.
거기서부터 여러 번화가 있었으나
학발노인도 헛다리를 전혀 짚지 않고 최선의 응수를 했다.
그러나 안전하게 둔다고 한 노인의 134번, 136번이 실수였다.
스님은 패가 나는 것을 각오하고
손을 빼서 우하귀 137로 큰 끝내기 자리를 차지하였다.
학발노인은 눈썹을 움찔하였다.
입술이 약간 실룩거리는 품으로 보아 부아가 솟아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박소저는 주지스님을 편들고 있었고, 으레 그래야 하지만,
학발노인이 위기를 맞자 또다시 안쓰러운 병이 도지는 것이었다.
오지랖 넓은 체질은 이것도 거들어야 하고, 저것도 보태야 하는 색깔 아니던가?
노인은 장고에 들고
박소저도 노인의 입장이 되어 판을 두 번 세 번 살펴보았으나,
마땅히 흑의 실리를 제어할 묘수가 보이지 않았다.
우상 중앙의 흑세력 폭이 빈틈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함부로 먹으려 들었다간 소화도 못하고 토해내야 할 일이 생길 터!
박소저는 다음 수를 기다리다 못해 졸음이 몰려왔다.
일곱 살 때던가 십여 년 전.
할머니께서 매운탕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칠복이가 서보 냇가에 낚시 대러 가게 되었는데,
박소저는 구경가게 해 달라고 어머니를 졸라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칠복이가 낚시를 물 깊은 곳에 여러 번 던졌으나 전혀 입질이 없었고,
박소저도 어린 나이에 그냥 기다리기가 너무 무료하여
잔모래밭에 띄엄띄엄 섞여 있는 굵은 모래알 몇 개를 골라
발치 얕은 물에 던져 넣었다.
그런데 그 얕은 물에서 텀벙 하며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이 있었으니…….
칠복이를 불러 그런 모습을 가리키자,
칠복이가 낚시를 던져 두고, 족대를 들고 들어가
씨알이 굵지는 않지만 모래무지, 텅거리, 쌀미꾸라지, 먹지 등
잡고기를 에법 건지게 되어 계속 환호를 올린 적이 있었다.
박소저는 꿈 속에서 환호를 지르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잠시 잠깐이지만 졸고 말았던 것이다.
십 육 세 소녀가 바둑을 관전하다가 조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흥미를 느끼고 훈수를 할 정도로
바둑 수준 높기가 참 어려운 법이다. 그것도 처녀 신분으로 말이다.
정신을 차려 다시 판을 보니, 아직 그대로였다.
학발노인이 흑세력 삭감에 적절한 점을 못 찾고 있다가
박소저가 ‘야호!’하면서 잠을 깨자 신경질적으로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처녀가 왜 이리 경망하게 무슨 잠꼬대를 하고 야단이우? 무슨 꿈을 꾸었소?”
박소저는 얼굴을 붉히며 간단히 대답하였다.
“어릴 때 머슴 아이를 따라 낚시 갔던 일이 있었는데, 머슴 칠복이가 깊은 물에서 낚시를 실패하고, 얕은 물에서 물고기를 많이 잡던 광경을 꿈꾸다가 저도 몰래 소리를 지르게 된 것이옵니다.”
이 말을 듣던 노인은 ‘어흠’하고 잔기침을 하더니 백돌 하나를 집어들었다.
박소저의 대답을 듣는 순간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탓이렷다.
백 138~! 놓고 보니 너무나 그럴 듯했다.
깊은 물에 해당하는 우상 흑세력을 피해두고,
좀 얕은 물인 우하 세력을 삭감하려고 던진 이 수가 얼마나 가치 있어 보이는가?
그러나 이는 너무 서둔 수로써 이 보다 먼저 한 수의 문답이 필요했었다.
박소저의 알듯말듯한 훈수에 힘입어 과감하게 뛰어들긴 했지만,
더 좋은 수순이 있었던 것이니,
여자의 말은 너무 멀리 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가까이 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즉 백은 141자리로 먼저 한칸 뛰어서, 좌중앙을 위협하여
흑으로 하여금 160 자리로 응수하게 해 놓아야 했다.
왜냐하면 흑 139가 기민하여 할 수 없이 144까지 받고 있을 때,
145까지의 세력에 의하여 좌중앙 흑대마와 연결도 되고,
우중앙 세력권과 호응되어 흑의 형세가 갑자기 좋아져 버렸다.
다만 이 시점에서 흑의 문제는 우하귀 흑말이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스님은 살려낼 자신이 있었기에 145를 놓을 수 있었다.
이 말이 만약 잡히는 날에는 승부는 물어보나 마나인 것이다.
학발노인은 신음을 토하면서 돌 하나를 집어 146 자리에 놓으면서
돌 위를 한참동안 힘껏 누른다.
꼭 잡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허나 실전보의 결과를 보더라도 흑을 잡는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118의 수;<I-3>, 134의 수;<F-4>
주지스님의 아이큐는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넘 참! 묘한 곳에 머물러 있네? 소저께서 좀 내쫓아 주시우! 허허..."
이렇게 말한 주지스님은 박소저가 파리를 밖으로 내쫓을 동안
다시 판을 보다가 소저가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좌변 117의 급소에 한 점을 슬며시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단순히 흑세력을 집으로 만들기 위한 수라기보다,
엉성하게 뛰고 덮어씌운 18번, 32번, 40번 백돌의 허약함을 응징하는 좋은 수였다.
거기서부터 여러 번화가 있었으나
학발노인도 헛다리를 전혀 짚지 않고 최선의 응수를 했다.
그러나 안전하게 둔다고 한 노인의 134번, 136번이 실수였다.
스님은 패가 나는 것을 각오하고
손을 빼서 우하귀 137로 큰 끝내기 자리를 차지하였다.
학발노인은 눈썹을 움찔하였다.
입술이 약간 실룩거리는 품으로 보아 부아가 솟아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박소저는 주지스님을 편들고 있었고, 으레 그래야 하지만,
학발노인이 위기를 맞자 또다시 안쓰러운 병이 도지는 것이었다.
오지랖 넓은 체질은 이것도 거들어야 하고, 저것도 보태야 하는 색깔 아니던가?
노인은 장고에 들고
박소저도 노인의 입장이 되어 판을 두 번 세 번 살펴보았으나,
마땅히 흑의 실리를 제어할 묘수가 보이지 않았다.
우상 중앙의 흑세력 폭이 빈틈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함부로 먹으려 들었다간 소화도 못하고 토해내야 할 일이 생길 터!
박소저는 다음 수를 기다리다 못해 졸음이 몰려왔다.
일곱 살 때던가 십여 년 전.
할머니께서 매운탕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칠복이가 서보 냇가에 낚시 대러 가게 되었는데,
박소저는 구경가게 해 달라고 어머니를 졸라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칠복이가 낚시를 물 깊은 곳에 여러 번 던졌으나 전혀 입질이 없었고,
박소저도 어린 나이에 그냥 기다리기가 너무 무료하여
잔모래밭에 띄엄띄엄 섞여 있는 굵은 모래알 몇 개를 골라
발치 얕은 물에 던져 넣었다.
그런데 그 얕은 물에서 텀벙 하며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이 있었으니…….
칠복이를 불러 그런 모습을 가리키자,
칠복이가 낚시를 던져 두고, 족대를 들고 들어가
씨알이 굵지는 않지만 모래무지, 텅거리, 쌀미꾸라지, 먹지 등
잡고기를 에법 건지게 되어 계속 환호를 올린 적이 있었다.
박소저는 꿈 속에서 환호를 지르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잠시 잠깐이지만 졸고 말았던 것이다.
십 육 세 소녀가 바둑을 관전하다가 조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흥미를 느끼고 훈수를 할 정도로
바둑 수준 높기가 참 어려운 법이다. 그것도 처녀 신분으로 말이다.
정신을 차려 다시 판을 보니, 아직 그대로였다.
학발노인이 흑세력 삭감에 적절한 점을 못 찾고 있다가
박소저가 ‘야호!’하면서 잠을 깨자 신경질적으로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처녀가 왜 이리 경망하게 무슨 잠꼬대를 하고 야단이우? 무슨 꿈을 꾸었소?”
박소저는 얼굴을 붉히며 간단히 대답하였다.
“어릴 때 머슴 아이를 따라 낚시 갔던 일이 있었는데, 머슴 칠복이가 깊은 물에서 낚시를 실패하고, 얕은 물에서 물고기를 많이 잡던 광경을 꿈꾸다가 저도 몰래 소리를 지르게 된 것이옵니다.”
이 말을 듣던 노인은 ‘어흠’하고 잔기침을 하더니 백돌 하나를 집어들었다.
박소저의 대답을 듣는 순간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탓이렷다.
백 138~! 놓고 보니 너무나 그럴 듯했다.
깊은 물에 해당하는 우상 흑세력을 피해두고,
좀 얕은 물인 우하 세력을 삭감하려고 던진 이 수가 얼마나 가치 있어 보이는가?
그러나 이는 너무 서둔 수로써 이 보다 먼저 한 수의 문답이 필요했었다.
박소저의 알듯말듯한 훈수에 힘입어 과감하게 뛰어들긴 했지만,
더 좋은 수순이 있었던 것이니,
여자의 말은 너무 멀리 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가까이 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즉 백은 141자리로 먼저 한칸 뛰어서, 좌중앙을 위협하여
흑으로 하여금 160 자리로 응수하게 해 놓아야 했다.
왜냐하면 흑 139가 기민하여 할 수 없이 144까지 받고 있을 때,
145까지의 세력에 의하여 좌중앙 흑대마와 연결도 되고,
우중앙 세력권과 호응되어 흑의 형세가 갑자기 좋아져 버렸다.
다만 이 시점에서 흑의 문제는 우하귀 흑말이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스님은 살려낼 자신이 있었기에 145를 놓을 수 있었다.
이 말이 만약 잡히는 날에는 승부는 물어보나 마나인 것이다.
학발노인은 신음을 토하면서 돌 하나를 집어 146 자리에 놓으면서
돌 위를 한참동안 힘껏 누른다.
꼭 잡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허나 실전보의 결과를 보더라도 흑을 잡는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118의 수;<I-3>, 134의 수;<F-4>
주지스님의 아이큐는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넘 참! 묘한 곳에 머물러 있네? 소저께서 좀 내쫓아 주시우! 허허..."
이렇게 말한 주지스님은 박소저가 파리를 밖으로 내쫓을 동안
다시 판을 보다가 소저가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좌변 117의 급소에 한 점을 슬며시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단순히 흑세력을 집으로 만들기 위한 수라기보다,
엉성하게 뛰고 덮어씌운 18번, 32번, 40번 백돌의 허약함을 응징하는 좋은 수였다.
거기서부터 여러 번화가 있었으나
학발노인도 헛다리를 전혀 짚지 않고 최선의 응수를 했다.
그러나 안전하게 둔다고 한 노인의 134번, 136번이 실수였다.
스님은 패가 나는 것을 각오하고
손을 빼서 우하귀 137로 큰 끝내기 자리를 차지하였다.
학발노인은 눈썹을 움찔하였다.
입술이 약간 실룩거리는 품으로 보아 부아가 솟아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박소저는 주지스님을 편들고 있었고, 으레 그래야 하지만,
학발노인이 위기를 맞자 또다시 안쓰러운 병이 도지는 것이었다.
오지랖 넓은 체질은 이것도 거들어야 하고, 저것도 보태야 하는 색깔 아니던가?
노인은 장고에 들고
박소저도 노인의 입장이 되어 판을 두 번 세 번 살펴보았으나,
마땅히 흑의 실리를 제어할 묘수가 보이지 않았다.
우상 중앙의 흑세력 폭이 빈틈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함부로 먹으려 들었다간 소화도 못하고 토해내야 할 일이 생길 터!
박소저는 다음 수를 기다리다 못해 졸음이 몰려왔다.
일곱 살 때던가 십여 년 전.
할머니께서 매운탕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칠복이가 서보 냇가에 낚시 대러 가게 되었는데,
박소저는 구경가게 해 달라고 어머니를 졸라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칠복이가 낚시를 물 깊은 곳에 여러 번 던졌으나 전혀 입질이 없었고,
박소저도 어린 나이에 그냥 기다리기가 너무 무료하여
잔모래밭에 띄엄띄엄 섞여 있는 굵은 모래알 몇 개를 골라
발치 얕은 물에 던져 넣었다.
그런데 그 얕은 물에서 텀벙 하며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이 있었으니…….
칠복이를 불러 그런 모습을 가리키자,
칠복이가 낚시를 던져 두고, 족대를 들고 들어가
씨알이 굵지는 않지만 모래무지, 텅거리, 쌀미꾸라지, 먹지 등
잡고기를 에법 건지게 되어 계속 환호를 올린 적이 있었다.
박소저는 꿈 속에서 환호를 지르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잠시 잠깐이지만 졸고 말았던 것이다.
십 육 세 소녀가 바둑을 관전하다가 조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흥미를 느끼고 훈수를 할 정도로
바둑 수준 높기가 참 어려운 법이다. 그것도 처녀 신분으로 말이다.
정신을 차려 다시 판을 보니, 아직 그대로였다.
학발노인이 흑세력 삭감에 적절한 점을 못 찾고 있다가
박소저가 ‘야호!’하면서 잠을 깨자 신경질적으로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처녀가 왜 이리 경망하게 무슨 잠꼬대를 하고 야단이우? 무슨 꿈을 꾸었소?”
박소저는 얼굴을 붉히며 간단히 대답하였다.
“어릴 때 머슴 아이를 따라 낚시 갔던 일이 있었는데, 머슴 칠복이가 깊은 물에서 낚시를 실패하고, 얕은 물에서 물고기를 많이 잡던 광경을 꿈꾸다가 저도 몰래 소리를 지르게 된 것이옵니다.”
이 말을 듣던 노인은 ‘어흠’하고 잔기침을 하더니 백돌 하나를 집어들었다.
박소저의 대답을 듣는 순간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탓이렷다.
백 138~! 놓고 보니 너무나 그럴 듯했다.
깊은 물에 해당하는 우상 흑세력을 피해두고,
좀 얕은 물인 우하 세력을 삭감하려고 던진 이 수가 얼마나 가치 있어 보이는가?
그러나 이는 너무 서둔 수로써 이 보다 먼저 한 수의 문답이 필요했었다.
박소저의 알듯말듯한 훈수에 힘입어 과감하게 뛰어들긴 했지만,
더 좋은 수순이 있었던 것이니,
여자의 말은 너무 멀리 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가까이 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즉 백은 141자리로 먼저 한칸 뛰어서, 좌중앙을 위협하여
흑으로 하여금 160 자리로 응수하게 해 놓아야 했다.
왜냐하면 흑 139가 기민하여 할 수 없이 144까지 받고 있을 때,
145까지의 세력에 의하여 좌중앙 흑대마와 연결도 되고,
우중앙 세력권과 호응되어 흑의 형세가 갑자기 좋아져 버렸다.
다만 이 시점에서 흑의 문제는 우하귀 흑말이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스님은 살려낼 자신이 있었기에 145를 놓을 수 있었다.
이 말이 만약 잡히는 날에는 승부는 물어보나 마나인 것이다.
학발노인은 신음을 토하면서 돌 하나를 집어 146 자리에 놓으면서
돌 위를 한참동안 힘껏 누른다.
꼭 잡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허나 실전보의 결과를 보더라도 흑을 잡는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