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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명문장을 쓰려면

더바 2009. 3. 28. 21:22

점심 먹고 잠이 와서 이어령 교수의 말씀을 워딩해 봤습니다.

명문장을 쓰고 싶은 분은 이 하나만 익혀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명문장을 쓰려면?

 

조조(曹操)는 두통이 날 때마다 진림(陳淋)의 글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아픈 것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원소(袁紹)의 편에서 자신을 비방해 오던 진림이 포로로 잡혀 왔을 때에도

벌하지 않고 문서계로 등용시켰습니다.

중국에서는 그래서 명문(名文)을 쓰는 일을 경국지대업(傾國之大業)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명문을 쓰려면 우선 ‘달이 밝다’와 ‘달은 밝다’의 그 차이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와 ‘은’의 조사 하나가 다른데도 글의 기능과 그 맛은 전연 달라집니다.

‘달이 밝다’는 것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달이 환히 떠오른 것을 나타내는 묘사문(描寫文)입니다.

그러나 ‘달은 밝다’는 달의 속성이 밝은 것임을 풀이하고 정의하고 있는 설명문입니다.

 

이태백의 시에 ‘내 어릴 적 달이라는 말을 몰라 이름 지어 부르기를

「백옥의 쟁반」이라고 했느니’라고 노래한 구절이 있습니다.

묘사문은 마치 달이라는 말을 모르는 아이가 달을 처음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쓰는 글입니다.

습관이나 고정관념의 굳은살을 빼면 늘 보던 사물들도 새롭게 보일 것입니다.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이것이 묘사문의 효과이며 그 특성입니다.

그리고 그 글들은 항상 ‘지금, 여기’라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개체(個體)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설명문은 정반대로 ‘낯선 것’을 ‘낯익은 것’으로 만들어 주는 글입니다.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고쳐 주고 모르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옮겨 놓는 사전의 낱말 풀이 같은 글입니다.

‘지금, 여기’의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떠오르는 달이 아니라

백과사전의 도해(圖解) 속에서 운행되고 있는 세계의 달, 무한 속의 달이지요.

 

그러니까 기행문은 묘사문이요, 여행 안내서는 설명문입니다.

어느 때 묘사문을 쓰고 어느 때 설명문을 써야 하는지,

그것을 분별할 수 있게 되면 글쓰기의 반은 이미 성공한 셈입니다.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더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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