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

[스크랩] 춘수만사택이라고? 개코를~!!!

더바 2017. 3. 24. 06:10

春水滿四澤

봄비는 본래 충분히 내려서 춘수만사택 함을 원칙으로 하렷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춘수갈사택(春水渴四澤)이다.

며칠 전부터 몇 방울 내릴 기미가 보였는데,

고노무 깡철이가 지나간 모냥이다.

 

잉어나 구렁이로 살다가 선업을 쌓아 승천하면 용이 될 낀데,

악덕을 쌓아 옥황상제 사시는 백옥경(白玉京) 근처에도 못 가고

공중에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놈이 깡철이다.

이놈은 내동댕이쳐질 때, 감나무 가지에 콧구녕이 걸려서

하늘로 향하게 들어 올려져 있어서, 비가 오면 콧구녁에 빗물이 들어가니,

절대로 비가 못 오게 막는 놈이다. 아주 고얀놈이다.

 

밭에 나가 호미로 땅을 긁어 보니, 한 치도 젖어있지 않다.

물조리개는 하늘표가 최고라더니 옛말도 다 허사로다.

여기저기 막아놓은 저수지의 물도 바닥을 치고 깨어날 기색이 없다.

코스피나 선물지수 2월 말경보다 더하다.

 

그래도 나무들은 무슨 보약을 다려 먹었는지

골짜기마다 하얗고, 불그스레하고, 빨갛다.

흰 것은 조팝꽃이요, 노란 것은 개나리요, 불그스레한 건 복숭아꽃이다.

그러나 가장 어울리지 않는 색깔은 분홍색 복숭아꽃.

경상도 말로 복상꽃이다.

 

온 산천이 연두색으로 파르스름 깨어나고 있는데,

화장에 서툰 플래시 걸들이 입술연지를 번져 나가게 칠한 것처럼

뜨는 색깔 분홍색으로 군데군데 산자락을 물들이고 있다.

그림을 그려 본 사람이면 남자들도 안다.

색깔이 뜬다는 게 어떤 뜻인가를…….

 

대학을 갓 들어간 여학생들이 몇 명 찾아왔다.

달포밖에 안 지났는데, 웬 화장이 이렇게 짙단 말인가?

이렇게 덕지덕지 발라서야 등록금보다 입술연지 값이 더 나갈 판이다.

입술 가장자리 선도 못 다듬어 가장자리로는 루즈가 번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이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젊음 그 자체만 해도 이쁠 텐데,

옷도 가능한한 추위 겨우 피하게만 입었으니,

봄볕보다 더 아찔한 살갗이 치마 아래로, 소매 밑으로 마구 터져 나온다.

오~! 젊음은 정녕 아름다운지고!

서툰 화장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분홍색 아니 복숭아꽃색 루즈가 기초화장에서 떠도 아름답기만 하다.

 

그래서 화장 솜씨 서툴러 색깔이 좀 떠야 싱싱한 젊음이 보이듯이,

봄 들판이나 산자락엔 복숭아꽃 분홍색이 뜨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서툰 것이 아름다운 것이요,

미숙해서 보기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아기들이 하는 짓은 다 이뿌고,

삼당 아이들 배꼽이 또한 그렇게 이뿐 것이리라.

 

아, 정녕 봄은 우리 노인네들을 다시 한 번 생의 기쁨에 젖게 하는 계절이니,

비가 덜 오고 꽃샘바람이 불어도 역시 봄은 와야 하는 것이다.

비 안 온다고 이런 글을 쓰고 있으려니, 창 밖으로 제법 쏟아진다.

어진내님이 기우제를 지내셨나보다. 인천에 지금 와요?

여긴 에법 많이 옵니다.

새봄 만세!!!

출처 : 바람재들꽃
글쓴이 : 더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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