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Re:나영님 말씀을 참이라 믿고 올립니다.
주 례 사
오늘 이 결혼을 축하해 주시기 위하여 참석해주신 여러 내빈과, 가족 친지 여러분께, 양가 혼주를 대신하여 깊이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저는 신랑댁 혼주이신 정윤영 선생님과 경대 사대 국어교육과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어서 주례를 맡게 되었습니다. 혼주께서 주례를 부탁하시기에 제가 ‘한 집안의 자녀 두 분의 주례를 서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다인 양 혼례 때와 같은 소리를 하면 '했던 소리 또 한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고, 다른 이야기를 하면 '한 입으로 두 말한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혼주께서 ‘인연을 맺으려면 확실하게 맺어야 한다.’시면서 또 맡기셨습니다. 이렇게 주례를 맡게 되었으니 신랑 신부 두 분에게 당부의 말씀 세 가지만 들려 드리겠습니다. 했던 말도 있고 새로운 말도 있습니다.
첫째, 가정은 역설적인 곳이어서 힐링 캠프가 되기도 하지만 봉사활동 현장이기도 합니다.
배우자에게는 힐링 캠프이지만 나에게는 봉사활동 현장인 만큼 배우자가 하는 일에 경외감을 가지고 존중하고 칭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정생활에서 더러 결점이 보이더라도, 그것은 나와 다른 집안에서 자란 성장환경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다름이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나와 다른 것은 내가 수용해야 할 일이지, 비난할 일은 아닌 것입니다. 공격적인 말이나 비난하는 말은 마음에 앙금을 남깁니다. 물속의 앙금도 잘 떠내려가지 않듯이 마음속의 앙금은 평생을 가는 법입니다. 그래도 도저히 참지 못할 때는 편지를 써서 주례인 저에게 보내 주십시오. 제가 잘 태워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가정 살림에 관한 이야기는 신하가 임금에게 말씀 올리듯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한 나라의 재상이 그 임금에게 "전하, 대왕이 가진 병마(兵馬)의 수가 얼마나 되고, 전차(戰車)의 수가 얼마나 되며, 병기와 갑옷 등이 얼마이고, 국고의 금은재보가 얼마이오니 잘 기억하옵소서."라며 여쭙는다면 왕은 그것을 들음으로써 자신과 긍지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즉, 명품 핸드백을 사거나 자동차를 바꿀 때인지, 저축을 늘려갈 때인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보이지 않는 선이 아름다운 부부가 되시고, 추억을 잘 간직하는 부부가 되십시오.
저는 평소 ‘사람은 보이지 않는 선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분은 전공이 다른 학과를 졸업하셨으니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서로 전혀 다른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시간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행동해야 내 배우자가 항상 자랑스러워할까’를 생각하고, 배우자가 보고 있지 않는 곳에서 배우자가 가장 자랑스러워할 만한 자세로 근무하십시오. 그러면 나의 배우자는 따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나의 가장 근사한 모습을 떠올리고 흐뭇하게 생각하며 안심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선이 아름답게 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십시오. 그때 그렇게 하였더라면 지금 나는 더 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런 것처럼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20년 뒤나 30년 뒤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셋째, 배우자의 실수를 칭찬하는 부부가 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불리한 일이 일어날 것을 알게 되면 모두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바꾸어 버릴 것입니다. 그러면 미래가 바뀌게 되니 미래는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에 부닥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 일들에 대처하기 위하여 두 분은 평소 당연한 것도 비틀어 보고, 익숙한 것도 뒤집어 보면서 자꾸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 바랍니다. 일을 하다가 팔뚝에 상처가 생기면 모두들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상처를 보호합니다. 이건 그 상처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상처가 잘 나아야 나 자신이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실패라는 행운은 사람을 크게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실수나 실패는 내가 얼른 치료해주어야 하는 나에게 부과된 상처입니다. 그리고 그 실수가 바로 우리 가정을 크게 성공시킬 원천이 되는 셈이지요. 이러하니 배우자의 실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끝으로 신랑 신부 두 분께 영국의 수상 처칠 경의 명언을 두 번 들려 드리겠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노를 저어라.” 아울러 이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여러분!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소 간직하신 꿈 꼭 이루시고, 어릴 때 따보고 싶었던 그 별 꼭 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1월 22일
두 분의 화촉 성혼을 축하드리며 주례 조욱현이 드립니다.
신랑신부 행진시 더바의 구령 내용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지만 행복하기만 할 그 가정의 건설을 위하여 앞으로 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