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탐방

[스크랩] 장터이야기-점촌장

더바 2013. 10. 22. 16:17

장터 이야기

 

문경시 점촌동 점촌 장터

 

현재 문경시는 5, 2, 7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경시는 과거의 점촌시와 문경군을 통합한 행정구역입니다. 점촌읍이 자꾸 커지자 1949년에 문경군청이 문경읍에서 점촌읍으로 이전되어 현재 점촌지역이 문경시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그 지역의 가장 큰 도시가 대체로 2,7일 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동시도 안동장이 2,7일이고, 예천군도 예천장이 2,7일 장입니다. 그러나 점촌장은 3,8일 장입니다. 본래 문경군청이 문경읍에 있을 때는 문경장이 가장 크니까 당연히 2,7일 장이 섰습니다. 문경군청을 점촌으로 옮기고 나서 장날을 바꾸어 보았다고 합니다. 점촌장을 2,7일로 하고 문경장을 3,8일로 했더니, 장꾼들이 막 헷갈려 문경장도 어설퍼지고 점촌장도 허술해져 장날을 되돌렸다고 합니다. 수백 년 내려온 전통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었던 것이지요.

점촌은 교통의 요지입니다. 김천에서 영주까지 연결되는 경북선의 역이 있는 곳이며, 지금은 폐쇄되었지만 가은읍과 문경읍으로 연결되는 열차선로가 시작되는 곳이고, 서울에서 충주 김천 거창 진주를 거쳐 남해도까지 이르는 국도 3번과 충남 당진에서 경북 영덕에 이르는 국도 34번이 만나는 곳입니다. 한동안 석탄이 많이 나서 전국의 석탄가공업자들이 몰려들던 곳이어서 인구도 16만에 이를 만큼 큰 도시였습니다.

 

김천장을 가보면 공중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다릿발 아래 동물장이 열리듯이, 점촌장도 열차선로를 가로질러 가는 과선교 아래 동물장이 열립니다. 가장 많은 것이 닭이고, 강아지와 토끼도 많이 납니다. 염소도 가끔 나오고 고양이도 상당히 나옵니다. 토종 장닭이 많이 나왔습니다. 한 마리 2만 원이라는데 상당히 큽니다. 지나가시던 아주머니 한 분이 물으니 닭 주인이 반색하며 대답을 합니다. 폐계 한 마리 6,000원 하는데, 토종닭이라고 2만 원 받으려니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이지요.

왜 장닭만 가지고 나와요? 암탉은 없어요?”

암탉도 있기야 있지요, 그렇지만 그건 알을 낳도록 놔둬야 하잖아요? 장닭은 싸움이나 디따(되게 많이) 하고 먹이만 축 내니 한 놈 놔두고는 다 팔아야 하잖니껴?”

시장통에 큰 닭 한 마리 육천 원 하는데, 이기 시() 마리 값을 하겠나?”

아이고 아지매, 그런 소리 마소. 이만오천 원씩 받던 걸 깎아 주는구마는 그래요? 한 마리 사가서 영감 해디리 봐요, 그날 밤에 바로 효과 있니이더! 폐계하고 대길 대니껴?”

 

‘~니껴라는 어미를 쓰는 걸로 보아 예천 방면에서 먼 곳까지 오신 분입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딴 집에 좀 더 알아보고 오겠다며 가십니다. 뒤이어 아저씨가 한 분 오십니다.

강아지가 제법 잘 컸네! 이런 놈들은 얼마씩 해요?”

똥개가 젤 낫십니더. 키와 가 새끼를 빼도 젤 잘 팔리제, 이미 개는 다 키와 놓으마 수십만 원 안 받습니꺼? 머이머이 캐싸도 보신탕은 똥개가 최곱니더.”(토종 황구가 제일 좋습니다. 키워 가지고 새끼를 낳아도 제일 잘 필리고, 어미 개는 다 크면 수십만 원 받을 수 있지요, 뭐라 해도 보신탕 거리론 황구가 가장 좋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 얼마씩이나 하냐니깐?”

똥개는 사만원이고요, 다른 건 삼만오천 원씩 주이소.”

똥개가 더 비싸요?”

그라문요, 다른 거는 보신탕 거리가 안되잖습니꺼?”

다른 데 함 가보고 올게요.”

다른 데 가보고 오마(오면) 이쁜 강아지는 다 팔리고 없십니데이!”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저리로 가십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더 둘러보고 오실 작정입니다. 장날 물건은 파장에 사야 싸게 산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거리 귀퉁이에는 신기료 장수가 전을 폈습니다. 이 분은 매번 장날마다 이곳에 전을 폅니다. 겨울철이라 노인들이 잘 사시는 털신발이 많이 나왔습니다. 한 켤레 만 원 정도면 거의 살 수 있는 신발들입니다. 메이커 상표를 달고 있는 짝퉁 신발도 많이 보입니다. 사는 사람도 그게 짝퉁인 줄 잘 알고 있기에 서로 불편함 없이 흥정을 하고 거래를 합니다. 등산화 종류도 2만 원이면 거의 살 수 있습니다.

 

곶감도 많이 났습니다. 큰 장꾼은 곶감 종류별로 열 접씩 펼쳐놓고 장사를 합니다. 시골에서 한두 접씩 가지고 나온 할머니들은 고구마 줄기 말린 것이랑 고사리 말린 것이랑 함께 펴놓고 곶감을 파십니다. 굵고 색깔이 선명한 것은 한 접에 6만 원이고, 작고 검고 하얀 분이 많이 난 것은 한 접에 만 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저를 보고 호객행위를 합니다.

아저씨 곶감 사가이소.”

이건 얼만데요?” 작은 것을 가리킵니다.

아까 만오천 원씩 받았는데, 두 접빠꿈 안 남았싱께 접에 만 원씩 이만 원 주고 두 접 다 가주가소! 얼릉 떠리미 해야 나도 장을 보제.”

값이 싸마 뭐해요? 맛이 좋아야지.”

이거는 내가 깎아서 말룬 거라 카이! 분이 안 나고 발간 거는 황을 미기서 안 그렇나? 우리 끼야 머 약을 치나? 황을 미기나? 몸에는 이기 영 더 낫다 카이. 곶감 한 개 백 원빠꿈 안 치이꺼내 깎는 값도 안 나온다. 도시 아~들 촌에 오마 과자 같이 먹을 수 있고, 오래 놔도도 상하기를 하나 이기 최고라 카이. 어서 사소.”

어느 장터나 마찬가지로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점촌장에도 비 안 맞게 지붕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래로 들어오지 못한 과일채소생선 장수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노지에다 전을 펴고 앉아 손님들을 부르며 장사를 하십니다. 값도 더 저렴한 편입니다. 이들은 전문 장꾼이 아니므로 오전 중에 가지고 나온 것들을 서둘러 팔고, 살 것을 사서 점심 나절에는 집에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꾼을 눈여겨보면 상당히 싼 가격에 찬거리를 마련할 수가 있습니다.

 

 

 

 

 

 

 

 

 

 

 

 

 

 

 

 

 

 

출처 : 땀보논술
글쓴이 : 서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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