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감상

[스크랩] Re:멋부린 노인-7(멋이 뭔지...)

더바 2011. 6. 11. 08:24

[멋이 뭔지...]

 

나무꾼님이 특별히 쓰지 말라 하시니 쓰고 싶은 맘이 솟아오르네요. 무신 청개구리 삼신이 씌웠는지 저도 참 모를 일입니다.^^

 

일단 자세부터 봐 나가시죠. 할머니께서 짚으신 지팡이와 몸의 각도가 영어 알파벳의 A자를 연상하게 합니다. A는 참 튼튼한 사다리 모양이며, 엔간한 무게는 다 감당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A는 시작이기도 하고 으뜸이기도 하며 모든 것의 근원이기도 한 것입니다. 즉 이런 할머니의 모습이 우리 민족 고유의 모습이자, 전 세계 모든 노인들의 기본자세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몸이 고달파도 이고 지고 들고 메고 가져가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애쓰시는 기본 행동이니까요. 다시 말하면 가장 숭고한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의 행동이 이렇기에 그 자손들은 안심하고 세상을 밟아 나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동서고금의 모든 인간 종족들이 노인을 공경하는 관습과 도덕과 법률을 만든 것이겠지요.

 

다른 동물들에게서 보면, 늙어서 힘이 빠진 개체들은 무리에서 쫓겨나고 홀로 고독한 생활을 하다가 다른 동물의 먹잇감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인류의 조상들은 노인을 공경하는 규율을 만들어 노인은 항상 무리에서 대접받고 무리의 중심에서 고귀한 지혜를 가르치며 살았습니다. 인류의 모든 유물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고, 원시생활을 하는 부족들에게서도 이는 여실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문득 송강 정철의 이 시조가 생각납니다.

 

이고 진 저 늘그니 짐 버서 나를 주오.

나는 절멋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까!

 

효(孝)라는 것은 우리 부모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척이 아닌 다른 노인에게 공경심을 갖는 것도 효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작품은 우리들로 하여금 효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 할머니의 모습은 자(慈)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잡수시려고 참외를 저렇게 사들고 가시는 건 아닐 것입니다. 귀여운 손주가 있다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영감님이 댁에 계시겠지요. 그러니 이 짐들은 가족들을 먹이기 위한 숭고한 짐입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니까 아마 주로 슬하의 것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재료들이겠지요.

 

할머니는 이렇게 지시고도 또 돌아보십니다. 누가 불러서 돌아보시는 건지 아니면 더 사갈 것이 있어서 돌아보시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차마 뿌리치지 못하는 무엇인가에 끌린다는 것을 말하는 자세입니다. 기호학에서도 그러다시피 인간과 동물의 언어뿐 아니라 모든 행위와 자세도 무의미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노인께서는 이고 진 저 짐들을 버티어 내시고도 또 힘을 남겨 뒤를 돌아보시는군요. 분명히 뒤쪽으로부터 의미 있는 부름이 있는 것입니다.

 

인류의 모든 신화 전설에 ‘뒤돌아보는 자 반드시 망한다.’라는 대원칙이 있습니다. 거문고의 명인 오르페우스도 저승에서 건져오던 아내 에우리디케를 뒤돌아보는 순간 놓쳐버리고 맙니다. 성경에도 나옵니다. 롯의 아내는 소돔에서의 그 짜릿한 순간들을 잊지 못해 소돔성이 멸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뒤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으로 변하고 맙니다. 그러면 우리 조상들은 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후손들을 경계했을까요? 사람은 후회하고 추억하는 동물인데, 너무 자주 후회하고 추억에 너무 깊이 침잠하는 일이야말로 앞길을 어둡게 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지요. 심지어 심리학자들은 뒤돌아보는 행위는 우울증을 낳게 하는 행위라고도 합니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자기존재감 미확립 상태라는 것이죠.

 

누가 부르는데 돌아보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은 능력과 실력은 있겠지만 매몰차고 몰인정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너무 다정다감한 동물이었기에 조상들은 이를 경계하기 위하여 ‘뒤돌아보는 자는 멸망하고 만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냈겠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할머니께서는 뒤돌아보십니다. 까짓거, 좀 크게 보면 뒤돌아보지 않고 냉정하게 살아서 크게 성공해보았자 그 명예와 그 부(富)가 뭐 그리 자랑스러운 것이겠습니까? ‘인생! 뭐 별거 있어?그냥 따뜻하게 인정 나누고,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만큼 뒤돌아보거나 집착도 하고, 가끔 후회도 하고 자책도 해가면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 멋이다.’라는 명제를 다시 꽃님들께 선물하시기 위하여 나무꾼님은 이런 고생을 하셨네요. 고맙습니다. 나무꾼님.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더바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