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탐방

[스크랩] 장터 이야기-03(풍양장)

더바 2011. 3. 28. 21:41

장터 이야기

예천군 풍양면 『풍양 장터

예천군은 가장 북쪽의 상리면, 그 아래 감천면, 용문면, 그 아래 가로로 유천면, 예천읍, 보문면, 그 아래 가로로 용궁면, 개포면, 호명면, 그 아래 지보면, 가장 남쪽에 풍양면, 이렇게 1읍 10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낙동강을 끼고 있어 평야가 널리 펼쳐져 있는데다가 물길이 좋아 벼농사 여건이 좋은 풍양면은 예천군에서 농토가 가장 넓어 예로부터 부자고을로 알려진 곳입니다. 풍양면소재지 뒤로는 바위가 여기저기 툭툭 튀어나온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산자락 아래 경사지에는 시가지가 펼쳐져 있으며, 면사무소 앞 사거리를 중심으로 장터가 구 도로를 따라 가로로 벋어 있습니다. 차가 다니는 도로가 아니어서 좀 좁기는 하지만 아주 아담한 장터이고, 장날은 3일 8일입니다. 예천읍이 2일 7일, 풍양이 3일 8일 것으로 보아 예천군에서 둘째로 큰 장이 풍양장입니다. 문경으로 건너가는 나루터의 삼강주막은 민속자료로 등록되어 있고 주변 경관이 좋아 지금도 찾는 사람이 많은 유명 관광지이고, 그 마을의 ‘삼강강당’은 조선 선조 때 호종공신 약포 정탁 선생의 셋째 아들 청풍자 정윤목이 벼슬을 사양하고 후진을 양성키 위해 세운 사설 학원입니다. 유적으로는 강당채와 학당채가 있고, 19세의 약관으로 부친을 따라 수양산의 백이숙제묘를 참배하고 돌아오면서 모사해온 백세청풍 4자를 강당벽에 편액해 놓았습니다.

<좌>

삼강주막의

아담한 모습

<우>

삼강강당의

전경

설을 코앞에 둔 1월 28일 장터에 들어서면서 맨 먼저 만난 분은 모라물(상주 방면에서 풍양으로 들어오는 첫 동네, 와룡1리를 일컬음)에서 강정을 만들어 오신 아주머니였습니다. 커다란 비닐봉지 하나에 오천 원이라며 오가는 손님들에게 먹어보기를 권하였습니다. 장터를 한 바퀴 돌아올 때마다 비닐봉지가 줄어들더니, 한 시간쯤 뒤에는 하나만 남았습니다. 돈을 헤아리시더니, 조기를 몇 마리 사들고 온 남편에게 돈을 더 주면서 동태랑 오징어 등 해산물을 더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동서들이 조카들 데리고 설에 올 테니 좀 낫게 사다 놓아야 한답니다. 지나가는 안면 있는 손님들을 일일이 붙잡고 강정 만들러 오라고 부탁을 합니다. 싸게 해준다면서…….

온갖 생나물과 익힌 나물을 팔고 있는 고부(姑婦) 장꾼을 한참 구경했습니다. 여러 품목을 팔고 있었지만, 특히 엿질금(엿기름) 빻은 것을 플라스틱 함지박에 담아 놓고 됫박으로 되어서 팔고 있었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두 되를 담아 달라고 하셨죠. 젊은 며느리가 됫박을 함지박에 넣고 엿기름을 손으로 퍼담으니, 할머니는

“아, 그 좀 됫박을 꾹 찔러 넣어서 퍼담아봐!” 라고 하십니다.

지나가던 다른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그러면 엿질금이 많이 들어가지, 손으로 살금살금 담아야 안 눌리는 겨!” 하십니다.

그러니까 엿기름 사시는 할머니께서는,

“됫박질 하는 걸 보니 새댁이 초찔이가 아니네!” 하고 웃으십니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쌀도 말통을 세워놓고 손으로 살금살금 담아서 쌀을 세워야 덜 들어가지, 암!”

하시고는 다른 곳으로 가십니다. 엿기름을 사시던 할머니는 막 웃으시며,

“그래 됐다, 마! 고봉으로 담아 주씽께(주었으니) 눌러 담지 않아도 개얀타!” 하십니다.

한 줌이라도 더 받아 가려는 마음이 있기야 하지만, 장사하는 사람이 반 줌이라도 덜 담아주려고 애를 쓰는 것도 다 인정해주는 너그러움이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갖가지 채소와 두부, 콩나물을 파는 장꾼은 제법 규모가 커서 판을 벌인 넓이도 상당했습니다. 노부부와 아들 내외가 장꾼이었습니다. 어떤 할머니께서 두부를 두 모 달라고 하셨습니다. 두부는 한 모에 2,000원입니다.

“그나저나 설이 닷새나 남았는데, 쉬마 우짜노?” 이렇게 걱정을 하시니, 친구 할머니가,

“그릇에 담아 물을 부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마 안 쉰다. 걱정 마라!” 위로하십니다.

석 자도 넘는 우엉을 한 뿌리에 3,000원 받고 팔고 있었는데 한 할머니가 사시면서,

“먼저는 끝이 썩었더라. 집에 가서 알았구마!” 불평을 하시자,

“사는 사람이 잘 살피보제! 파는 내가 우째 다 알겐노?” 라고 대꾸하십니다.

거의 비슷한 품목을 팔고 있는 장꾼아줌마가 서 있는 곳으로 가보니, 여기는 사가는 사람이 훨씬 더 적습니다. 좀 굵기는 하지만 우엉 한 뿌리에 4,000원씩 받고 있었습니다. 지나가시는 할머니께 슬쩍 물어 보았더니,

“장사꾼이야 우리보담 훨썩(훨씬) 더 약았지만, 저쪽 집이 뭐든 더 얹어주니까 그렇지.”라며 장보는 주민들도 결코 등신이 아니라고 열을 올리십니다. 콩나물을 사도 한 움큼 더 얹어주는 집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입니다.

설에 쓸 갖가지 나물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는 팔 때마다 나물을 듬뿍 더 얹어 주며,

“어젯밤 시 시부텀(세 시부터) 삶아 가지고 나왔는데, 날씨가 하도 추버서(추워서) 다 얼어뿌따. 이거 보소! 나물 만지다가 동전 만지면 동전이 다 들어붙는 거 보소!” 하시며 동전을 장갑에 붙여 보여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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