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장터 이야기-03(풍양장)
장터 이야기
예천군 풍양면 『풍양 장터』
<좌>
삼강주막의
아담한 모습
<우>
삼강강당의
전경
설을 코앞에 둔 1월 28일 장터에 들어서면서 맨 먼저 만난 분은 모라물(상주 방면에서 풍양으로 들어오는 첫 동네, 와룡1리를 일컬음)에서 강정을 만들어 오신 아주머니였습니다. 커다란 비닐봉지 하나에 오천 원이라며 오가는 손님들에게 먹어보기를 권하였습니다. 장터를 한 바퀴 돌아올 때마다 비닐봉지가 줄어들더니, 한 시간쯤 뒤에는 하나만 남았습니다. 돈을 헤아리시더니, 조기를 몇 마리 사들고 온 남편에게 돈을 더 주면서 동태랑 오징어 등 해산물을 더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동서들이 조카들 데리고 설에 올 테니 좀 낫게 사다 놓아야 한답니다. 지나가는 안면 있는 손님들을 일일이 붙잡고 강정 만들러 오라고 부탁을 합니다. 싸게 해준다면서…….
온갖 생나물과 익힌 나물을 팔고 있는 고부(姑婦) 장꾼을 한참 구경했습니다. 여러 품목을 팔고 있었지만, 특히 엿질금(엿기름) 빻은 것을 플라스틱 함지박에 담아 놓고 됫박으로 되어서 팔고 있었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두 되를 담아 달라고 하셨죠. 젊은 며느리가 됫박을 함지박에 넣고 엿기름을 손으로 퍼담으니, 할머니는
“아, 그 좀 됫박을 꾹 찔러 넣어서 퍼담아봐!” 라고 하십니다.
지나가던 다른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그러니까 엿기름 사시는 할머니께서는,
“됫박질 하는 걸 보니 새댁이 초찔이가 아니네!” 하고 웃으십니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쌀도 말통을 세워놓고 손으로 살금살금 담아서 쌀을 세워야 덜 들어가지, 암!”
하시고는 다른 곳으로 가십니다. 엿기름을 사시던 할머니는 막 웃으시며,
“그래 됐다, 마! 고봉으로 담아 주씽께(주었으니) 눌러 담지 않아도 개얀타!” 하십니다.
한 줌이라도 더 받아 가려는 마음이 있기야 하지만, 장사하는 사람이 반 줌이라도 덜 담아주려고 애를 쓰는 것도 다 인정해주는 너그러움이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갖가지 채소와 두부, 콩나물을 파는 장꾼은 제법 규모가 커서 판을 벌인 넓이도 상당했습니다. 노부부와 아들 내외가 장꾼이었습니다. 어떤 할머니께서 두부를 두 모 달라고 하셨습니다. 두부는 한 모에 2,000원입니다.
“그나저나 설이 닷새나 남았는데, 쉬마 우짜노?” 이렇게 걱정을 하시니, 친구 할머니가,
“그릇에 담아 물을 부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마 안 쉰다. 걱정 마라!” 위로하십니다.
석 자도 넘는 우엉을 한 뿌리에 3,000원 받고 팔고 있었는데 한 할머니가 사시면서,
“먼저는 끝이 썩었더라. 집에 가서 알았구마!” 불평을 하시자,
“사는 사람이 잘 살피보제! 파는 내가 우째 다 알겐노?” 라고 대꾸하십니다.
거의 비슷한 품목을 팔고 있는 장꾼아줌마가 서 있는 곳으로 가보니, 여기는 사가는 사람이 훨씬 더 적습니다. 좀 굵기는 하지만 우엉 한 뿌리에 4,000원씩 받고 있었습니다. 지나가시는 할머니께 슬쩍 물어 보았더니,
설에 쓸 갖가지 나물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는 팔 때마다 나물을 듬뿍 더 얹어 주며,
“어젯밤 시 시부텀(세 시부터) 삶아 가지고 나왔는데, 날씨가 하도 추버서(추워서) 다 얼어뿌따. 이거 보소! 나물 만지다가 동전 만지면 동전이 다 들어붙는 거 보소!” 하시며 동전을 장갑에 붙여 보여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