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탐방

[스크랩] 장터 이야기-02(문경장)

더바 2011. 3. 28. 21:41

장터 이야기

문경시 문경읍『문경 장터

문경시의 서북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문경읍은 아주 유서 깊은 고을입니다. 옛날 신라시대부터 고사가리(古斯加利;우리말로 바꾸면 ‘곳갈(고깔)’이란 뜻, 고을 뒷산인 주흘산이 고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현이라고 불리던 고을이었습니다. 영남권과 충청권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였기 때문에 고을이 발달하였다고 합니다. 또 조선시대에는 ‘문경새재[鳥嶺]’로 과거시험 보러 가는 선비들이 지나갔고, 중앙정부에서 영남권으로 발령받아 오는 수령방백들이 모두 이곳을 지나갔기 때문에 큰 고을로 발달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제 때 무연탄 광산이 문경관내 여기저기 개발되자 교통의 요지인 점촌이 더 커져 버려 군청이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본래 어느 시군이든지 가장 큰 읍의 장날은 2일 7일이고, 둘째 읍의 장날이 3일 8일인 것이 일반적인 경우인데, 군청이 옮겨가고 난 뒤 2․7일 장날을 점촌에게 빼앗기고 3․8일을 장날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백 년 내려오는 사람들의 관습 때문에 문경 장날도 시원찮아지고 점촌 장날도 시원찮아져서 도로 장날을 되돌려 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문경시에서 둘째로 큰 고을이지만, 장날이 2․7일로 고정되게 된 것입니다.


이날 장은 곶감이 많이 나왔습니다. 갈평 방면에서 왔다는 할머니 한 분이 곶감 담긴 라면 박스를 열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중년 아낙네 한 분이 곶감을 사려고 했습니다. 문경읍도 ‘~여’ 문화권이기는 가은읍이나 매한가지입니다.

“할매! 꼬깜 이거 얼매 해여?” 처음 듣는 사람은 반말 같아 기분이 좀 나쁩니다. 그러나 이런 말씨에 서로 익숙한 터라 개의치 않습니다.

“우째 마이 살라꼬(사려고)? 우수(덤) 마이 너씽께(넣었으니) 다 사여, 고마!” 한꺼번에 처분할 작정입니다.

“접에 울매나 바들낀데(한 접<100개>에 얼마 받으려구요)?”

“이키 크고 발갛기 말랐싱께 5만 원 받아야 안 되겐나?”

“그만 함 세리 봅시더.”

“세리 볼 것도 엄따. 마이 너따.”

그래도 중년 아낙네는 다 헤아려 봅니다. 237개나 됩니다.

“우수는 좀 있네. 닫아 노소(놓으시오)! 내 딴 거 장 봐서 올팅께.”

이러면서 상자를 닫아서 파는 할머니 뒤편으로 밀어 놓더니 발길을 옮깁니다. 값을 더 깎자는 말을 안 하는 걸 보니 덤에 흡족했나 봅니다. 아마 가게를 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촌에서 가지고 나온 곶감을 많이 사서 냉장 보관했다가 차차 소비자에게 팔겠지요. 그런데, 말로만 사놓고 저리로 걸어가니 곶감을 팔러 나온 할머니는 기가 찹니다. 그 아줌마를 오십여 보나 따라가서 팔을 잡아당깁니다.

“말로만 사노마(사 놓으면) 내가 우째라고 그래여? 선금을 좀 주고 가야 남에게 안 팔 거 아이가?” 맞는 말입니다. 그 아줌마는 힐쭉 쳐다 보더니 주머니에서 천 원 짜리 하나를 쑥 빼주고는 떠다 밉니다.

“아, 거게 가 있어여! 내가 산다 해놓고 안 사까봐 그라능교?”

“내가 뭘 믿고 기다리여? 날씨는 추분데! 천 원 가이고는(가지고는) 안 된다.”

중년 아낙네는 이천 원 더 빼서 합이 삼천 원을 주고는 오히려 큰 소리를 칩니다.

“내가 이 바닥에 가게를 내고 사는 인간이 할매 쏙이(속여) 묵겠나? 가 있으소! 내가 한두 가지 더 사가지고 와여!”

곶감을 팔려고 나온 할머니는 대(기질)가 좀 약해 보였습니다. 겨우 삼천 원을 선금으로 받고 자기 자리로 되돌아갑니다. 은행과 호두를 마저 다 팔아야 돈을 사서 가재도구를 새것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중얼거림을 흘리면서…….


두부, 비지, 버섯과 배추, 무, 다시마 등 찬거리 원료를 난전에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 옆으로 갔습니다. 저편에서 키가 아주 조그마한 할머니 한 분이 작은 바퀴 달린 장바구니카트를 끌면서 오십니다.

“이기 무신 버섯이여?”

“느타리버섯이구마!”

“이거 한 묶음에 얼마 해여?”

“이천 원!”

“머라꼬?” 잘 안 들리나 봅니다. 장꾼 할매는 더 큰 소리로 서너 번을 외친 다음에야 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장꾼 할머니가 버섯을 비닐봉지에 담는 동안에 버섯을 산다고 돈을 준 할머니는 바구니를 끌고 저만치 가고 계십니다. 비닐봉지에 버섯을 넣은 할머니는 그 할머니를 저만치 따라가서 장바구니 속에 넣어주고 옵니다.

“내나 남이나 다 늙으만……, 쯧쯧! 돈 주고 물건 안 받아가마 딘장찌개는 뭘로 찌질라 카노? 집에 가서 버섯 없으마 그걸 찾니이라고 신발장 딜다보고 찾겠제!” 하시며 웃습니다.

손님이 오지 않는 틈을 타서 저를 붙들고 비지장 끓이는 법을 설파하십니다.

“아저씨! 이거 사 가여! 내가 띄왔지만 하도 잘 떠서 울매나 맛있다꼬? 밀치(멸치) 다싯물에 신김치 송송 썰어 넣고 무청시래기도 좀 썰어 넣고, 비지를 풀어서 끼리가미(끓여가면서) 장으로 간을 맞차 노마 울매나 맛있다꼬? 고기 같은 거는 넣지 말고!”

이야기를 들으며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습니다.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자신의 비지 띄우는 솜씨는 가근방에서는 최고라는 자화자찬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도 밉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에 찬 구수한 말솜씨와 손짓으로 보아 믿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뻥튀기 아저씨네 가게를 들렀습니다. 곡식을 넣는 둥근 공 모양의 볶는 기계를 돌리는데 바람 불어넣는 풍구야 전기모터로 돌리지만, 아직도 장작을 조그맣게 쪼개서 불을 지피는 것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주문한 사람들이 맡겨 놓고 간 봉지들이 예닐곱 개가 줄 서 있습니다. 콩, 옥수수, 쌀, 땅콩 등이야 흔히 보는 곡식이지만 밤도 있었습니다. 밤을 튀기면 터지지 않느냐고 밤 가져온 아저씨께 물어보니 아니라고 합니다.

“그냥 넣으마 터져서 가루가 되기 땜시로 안 되여. 숯불에 구불 때 맨치로 밤 대가리에다가 칼집을 내서 넣으마 기가 막히게 껍질이 벌어져서 까묵기가 아주 좋아여. 속껍디기꺼정 다 벌어진다고! 맛도 꼬솜하고…….”

주인아저씨가 옥수수를 튀겨 내고 나서 밤을 쏟아 붓는데 보니까 큰 우유깡통으로 두 통이나 들어갑니다. 곡식 종류에 상관없이 17분쯤 돌리다가 뻥! 하고 터지게 하면 그물망 속으로 튀겨진 곡식이 쏟아져 들어갑니다. 뿌연 김이 앞을 가리면서 터지죠. 마침 젊은 부부가 딸 둘과 막내아들을 데리고 뻥튀기 장면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기계를 열 시간이 되어 주인아저씨가 그물망을 입구에 대고 열려고 하니, 어머니와 세 자녀가 귀를 막고 서서 봅니다. 곧 천둥소리가 나면서 껍질 벌어진 밤알이 쏟아졌습니다. 뻥 소리와 함께 새해의 복도 이와 같이 크게 터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후배 사진작가 정남호선생이 찍어준 사진.>

 

 <여기서부터는 내가 찍은 사진>

 <뻥튀기 가게>

 <뻥튀기 기계를 돌리는 아저씨-내가 꼭 해보고 싶은 직업이자 가지고 싶은 기계^^ 언젠가 살 거야.>

 <장꾼들이 물건을 막 펼치고 있는 장면>

 <나생이(냉이)를 캐서 팔러 나온 노인>

 <사 가시는 할매>

 <방금 도착하여 물건을 끌러내는 할매>

 <마스크를 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장꾼들>

 <비지장을 설파하시는 할매 장꾼>

 <이 할매는 펼쳐 놓은 물건이 아주 많음-2일 문경장, 3일 점촌장, 4일 가은장, 이틀은 노신다고 함>>

 <키 작은 할머니께서 버섯을 사러 오심>

 <버섯 값을 물어봄>

 <2,000원 어치 버섯을 사심>

 <장꾼 할매가 안 가져간 버섯을 가져다 줌>

 <모개, 곶감 등을 가져나오신 할매>

 <곶감 값을 물어보는 구매자>

 <물건들의 값을 물어보고 있는 할매>

 <미역을 사고 파는 할매>

 <뻥튀기 준비가 다 된 가게>

 <2녀1남을 데리고 한 엄마가 뻥튀기 구경을 하고 있음> 

 <뻥튀기 열 시간이 되어 준비하시는 가게 할아버지>

 <터지는 순간 큰 소리가 겁이 나서 멀리 달아난 이집 아들>

 <자욱한 김 속에서 귀를 막은 한 가족>

 <조금 더 뒤 장면>

 <두번째 뻥튀기 열려고 하시는 장면, 이 장면은 정남호 선생의 요청에 의하여 연출된 장면>

 <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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